지혜로운 사람은 때를 따라 보시하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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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사람은 때를 따라 보시하되
  • 충청투데이
  • 승인 2014년 10월 26일 18시 28분
  • 지면게재일 2014년 10월 27일 월요일
  •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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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당] 장곡 백제불교문화회관장
지혜로운 사람은 때를 따라 보시하되/ 아끼거나 탐내는 마음이 없어//자기가 지은 공덕을 이웃에게 돌린다./ 그런 보시가 가장 훌륭해 모든 성인은 칭찬하나니//살아서 그 복을 얻고 죽어서 천상의 복을 누린다.

<증일아함경>

얼마 전 신문 사회면에 서울 강남구 압구정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분신 자살을 기도한 아파트 경비원 이모 씨의 이야기가 실렸다. 그는 평소 일부 주민들의 언어폭력과 인격모독에 시달렸다. "(한 가해 주민은) 먹다 남은 빵을 5층에서 ‘경비’, ‘경비’ 부르며 ‘이거 먹어' 하고 던져주는 식으로 줬으며, 안 먹으면 또 안 먹는다고 질타해 경비실 안에서 (억지로) 먹었다”고 한다.

경비원들은 어려움을 하소연 한다. “경비원이란 딱지가 붙는 순간 바로 인격이 없는 사람 취급받는 것 같습니다.”

그들도 한 인격을 갖은 사람으로서 주민들이 마치 길거리를 떠도는 유기견 대하듯이 할 때 얼마나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꼈을까?

그러한 일들이 어찌 아파트 경비원들에게만 한정된 일이라 할 것인가? 지금도 알게 모르게 그와 유사한 일들이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어렸을 적엔 어려운 시절이었던지라 동네마다 거지들이 수시로 들락거렸었다. 사람들은 그들이 때를 맞춰 찾아오면 조촐하나마 상을 차려서 대접했다.

비록 현대사회는 개인주의와 자본주의가 득세하는 시대라 할지라도 상대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배려했던 나눔과 베풂의 정신은 우리 모두가 본받고 이어가야 할 아름다운 유산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네의 가슴속엔 아직도 따뜻함이 남아 있음을 사회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얼마 전 우연히 찾아와 삶의 고단함을 털어놓은 60대 남성에게 선뜻 100만원을 내민 약사의 훈훈한 미담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어찌 그뿐인가? 필자가 몸담고 있는 서구노인복지관에는 수많은 후원자와 봉사자들이 있다. 그분들은 아무런 보답이나 바램도 없이 그저 묵묵히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헌신할 뿐이다. 그분들을 볼 때마다 아직도 이 사회에 따뜻한 이웃들이 많이 있음을 느낀다. 증일아함경에서는 참다운 보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만일 선남자 선여인이 재물로서 보시하고자 할 때는 다음 여덟 가지를 알아야 큰 공덕을 얻으리라. 때를 맞춰 보시하고 때 아닌 때 보시하지 말라. 신선하고 청결한 것으로 보시하고 더러운 것으로 보시하지 말라. 자기 손으로 보시하고 남을 시켜 보시하지 말라. 서원을 세워 보시하되 거만하거나 방자하지 말라. 부담없이 보시하되 그 과보를 기대하지 말라. 보시하여 열반을 얻을 것이지 천상에 나기를 바라지 말라. 거룩한 복전에 보시할 것이지 어리석은 복전에 보시하지 말라. 중생에게 회향하는 마음으로 보시할 것이지 나만을 위해 보시하지 말라.” 사람의 인생길은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암흑 길이다. 혹여 내가 힘든 상황에 떨어질 수 더 있고, 가까운 사람이 그러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상대의 처지를 이해하고 격려함은 바로 내 자신을 위함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할 때 비로소 계층 간 갈등으로 빚어지는 사회적 모순을 치유할 수 있음을 유념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