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AIST 재난학연구소(KIDS)'가 어제 개소식을 갖고 업무에 돌입했다. 재난·사고를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기관으로는 국내 최초라고 한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나섰다는데 의미가 있다. 여기에 각계 전문가들이 힘을 보태면 재난예방 시스템 구축에 큰 힘이 될 것이다. KIDS가 대형사고 예방에 첨병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지난 1995년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참사를 비롯해 엊그제 판교 환풍구 붕괴사고에 이르기까지 대형 참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삼풍백화점 사고로 무려 502명이 생명을 잃었고, 937명이 부상을 당해 지금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꼭 20년 전에 발생한 성수대교 참사 위령제가 어제 사고 현장 부근에서 있었다. 당시 사고로 3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에도 302명의 사망자와 10명의 실종자를 낸 세월호 참사, 공주대 사범대 부설고등학교 학생 5명의 사망자를 낸 태안 해병대 캠프 사고 등 참사가 줄을 잇고 있는 실정이다.

KIDS 개소는 일련의 대형 참사와 무관치 않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대형 참사 앞에 정부와 국민은 무기력 그 자체였다. 재난이 발생하면 그 원인과 대처, 해결방법 등을 모색해야 하나 임기응변식 처방으로 순간을 모면하기에 바빴다. 보다 못한 KAIST교수 60여명과 타 대학 교수 등 80명이 문제해결에 뜻을 모으고 의기투합했다.

KIDS는 국내에서 발생한 재난이 어느 한 분야의 잘못으로 일어난 게 아니라 복합적 요인이 겹쳐 일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재난의 원인과 발생과정, 대응 및 사후처리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문학, 사회과학, 공학적 측면에서 종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확한 지적이다. 다양한 분야의 전공교수들이 KIDS에 참여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최근 국제 사회의 재난 대응 매뉴얼은 단순 관리 차원에서 벗어나 재난 거버넌스로 넓혀가는 추세다. KIDS가 국내 상황에 맞는 재난 예방 시스템을 만들어 국가 재난 컨트롤타워를 효과적으로 지원했으면 좋겠다. 국가 재난 시스템에 대한 신뢰회복도 중요한 역할이다. 무엇보다 인간의 윤리적 측면과 인문학을 접목한 재난예방 융합연구 성과물이 국가적 재난 해결에 톡톡히 기여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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