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임원현 대구한의대학교 산림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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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진보와 기계문명의 급속한 발전은 도시인구 증가를 가져왔고 대도시인구 집중현상은 지가상승, 주택난, 교통 혼잡 그리고 각종 공해로 인한 환경오염 등 많은 도시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인구의 과밀화는 인간소외를 증폭시키기에 이르렀고, 소음과 대기오염, 수질오염 등 도시공해는 극에 달하고 있다. 공해대책이 강구되더라도 그 자체가 또 다른 공해를 자초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제는 악순환을 끊고 과학의 힘에 의해 빼앗겨버린 건강 그리고 인간성을 과학의 힘으로 보상해야한다. 우리들은 인간 자체의 모습을 상기하고 잃었던 자연을 우리들의 것으로 바꿔 자연의 힘에 의해 인간성과 체력의 회복을 기함과 동시에 현대사회에서 얻을 수 있는 강력한 체력의 증진을 꾀해야 하겠다.

그 대안은 도시의 오픈스페이스에 숲을 조성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도시숲은 국민의 보건휴양·정서함양 및 체험활동 등을 위해 조성·관리하는 산림과 수목으로 산림공원, 가로수(숲), 학교숲 등 다양한 형태의 숲을 말한다. 

도시숲은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실천적, 문화적인 참여활동을 포괄한다는 측면에서 도시숲의 조성 및 보전·관리 과정에 시민들의 참여를 지향하는 숲이다.

숲이 있으면 여름 한낮에 평균 기온이 3~7℃ 낮고, 습도는 평균 9~23% 높게 나타난다. 버즘나무는 하루 평균 잎 1㎡ 당 664㎉의 대기열을 흡수하는데 이는 하루에 15평형 에어컨 8대를 5시간 가동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도로의 양쪽에 침엽수림대를 조성하고 중앙분리대에 키 큰 침엽수를 식재하면 자동차 소음의 75%, 트럭 소음의 80%가 감소한다. 느티나무 한 그루(잎 면적 1600㎡)가 하루에 8시간 광합성 작용을 하면 연간(5~10월) 이산화탄소 2.5톤을 흡수하고, 1.8t의 산소를 방출하는데 이는 성인 7명이 일 년 간 필요한 산소량에 해당한다. 

도시숲은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황량한 건물 라인을 시각적으로 부드럽게 하며 딱딱하고 삭막한 풍경을 자연스럽게 차단함으로써 심리적인 안정 효과를 제공한다. 도시 내 녹지축의 형성과 특징적인 녹색(가로)공간을 창출해 도시의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 그 지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이렇듯 도시숲은 온습도 조절을 통한 기후완화, 소음감소, 대기정화, 도시민의 휴식과 정서함양, 아름다운 경관 창출을 목적으로 조성해야 한다. 도시숲의 조성 장소도 국·공유지는 물론 학교, 기업, 사유지에도 조성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일본의 교토에는 농림수산부 산하에 '모델포레스트' 추진부서를 만들어 기업과 학교용지, 사유지 등에 모델숲을 조성하고 민·관·기업·단체 등이 협동으로 관리 운영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교토부청 모델포레스트추진과는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공익사단법인은 대민업무를, 민간(기업, 단체 등)은 직접참여(기금기부)와 간접참여(조림, 간벌작업 등)를 통해 모델포레스트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이런 선진 사례를 참고해 우리나라에서도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민간단체와 공동 추진하는 도시숲 조성사업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원활한 사업시행을 위해 지자체 조례 제정을 통한 추진체제 정비와 국제 모델포레스트 네트워크(IMFN) 가입 등의 절차를 거치는 것도 필요하다.

도시숲 조성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정부에만 맡겨 놓아서는 부족하다.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사회 그리고 사회공헌에 뜻이 있는 기업이 함께 나서서 도시숲을 조성하고 이를 함께 관리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국토녹화를 이룬 기적을 이제 황량한 도시에서 재현할 수 있도록 도시녹화를 위한 범국민 운동이 일어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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