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여행]
조동욱 충북도립대학 교수

나는 매월 20일만 되면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그 이유는 이날이 월급날인 동시에 신용카드사용 결제일이기 때문이다. 월급이 무척 적은 것에 가슴이 미어터지고 신용카드 결제 금액이 너무 큰 것에 가슴이 내려앉는다. 어느 날은 카드를 가위로 잘라버리고 싶은 충동에 빠지는 날이 많다. 이것만 안 들고 다녀도 이렇게 돈을 많이 안 썼을 텐데 라는 후회감에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를 잘라버리지 않고 내 지갑에 고이 들고 다니는 이유가 무엇일까? 편리성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수학적 관점에서 보면 신용카드에 대한 한 가지 비밀이 나온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피보나치수열을 설명해야 한다. 피보나치수열은 13세기에 토끼를 기르던 이탈리아 남성이 토끼가 어떤 식으로 늘어나는지 계산해 달라는 부탁을 피보나치에게 했고, 이에 토끼의 수를 예상할 수 있는 수열을 만들어 줬는데 그것이 바로 피보나치수열이다. 그 숫자는 1, 1, 2, 3, 5, 8, 13, 21… 이렇게 돼 가는 숫자인데 앞의 두 숫자를 더하면 다음 숫자가 되는 형식의 수열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 숫자들은 아름다움을 나타낸다고 한다. 예를 들어 꽃잎만 보아도 나팔꽃은 5장, 코스모스는 8장으로 피보나치수열을 이루는 숫자로 돼 있다. 피아노도 한 옥타브 내에 검은 건반 5개, 흰 건반 8개 그리고 그 합이 13개로 피보나치수열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사람도 목에서 배꼽까지의 길이를 5로 했을 시 배꼽에서 다리까지의 길이가 8이라면 이를 팔(8)등신이라 한다.

그러면 신용카드의 길이를 자로 재어보자. 세로의 길이는 5.3cm이고 가로의 길이는 8.5cm이다. 대략 5대 8의 비율을 맞추고 있다. 여성의 몸매가 5대 8이면 팔등신의 멋진 여성이듯이 신용카드도 그 비율이 5대 8이니 아무리 돈을 많이 써도 예뻐 보이고 그 결과 지갑에 소중히 갖고 다니는 것 아닌가 생각해 본다. 팔등신과 신용카드… 숫자의 세상이 신비로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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