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이 홍 주
중대산업사고예방센터 센터장

정부에서는 사업장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산업안전보건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화학공장의 경우 위험성의 복잡성, 다양성 및 사업장별 특성 등이 많아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위험성을 모두 반영하여 규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해 1995년부터 화학공장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이 공정안전관리제도(PSM)다.

PSM제도는 사고 시 대규모 인명 또는 재산상의 피해 또는 사업장 주변에 피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높은 사업장에 대해 작업장의 위험성을 평가하여 운전 매뉴얼인 안전운전절차서(SOP)를 만들어 운전하고 설비에 대한 유지보수, 교육훈련 및 사고시의 비상대응 등을 매뉴얼화 하는 제도로 우리나라는 1400여개 사업장이 적용을 받고 있으며 PSM제도가 정착되면서 매년 10건 이상 발생하던 대형화학사고가 5건 내외로 많이 감소하는 등 효과가 검증되었다. 금년 9월부터는 기존의 대상물질 21종에 불산, 황산 및 염산 등 30종을 추가하여 51종으로 확대하여 시행하고 있다.

또 안전과 관련해 선진국일수록 안전 매뉴얼이 잘 발달되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매뉴얼의 일부인 안전작업 절차서를 만들어 그 절차서를 확실히 교육하고 이것이 지켜지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재해예방을 위한 기본이다. 공정마다 또는 개인마다 작업 방법이 상이함에도 안전작업 절차서가 없는 작업은 안전이 통제되지 않고 개인의 역량에 안전을 맡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하면, 국내의 풍토는 사람을 처벌하고 희생양을 찾는 데 관심을 기울일 뿐 매뉴얼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구미 선진국, 수익률이 높은 글로벌 기업 및 국내의 일부 대기업의 경우 사고 시에 새로운 매뉴얼을 만들거나 기존 만들어진 매뉴얼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등 매뉴얼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우리나라 풍토에서 매뉴얼의 작성은 생소하고 서류작업으로만 생각하여 PSM대상 사업장 및 안전경영시스템(KOSHA, OHSAS)인증 사업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매뉴얼을 만들지 않거나 고생해 만든 매뉴얼이라 하더라도 활용하지 않는 모습이 발생하고 있다. 잘 활용되지 않기 때문에 유지관리 및 매뉴얼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완이 이뤄지지 않고 사문화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즉 매뉴얼작성 자체가 목표가 되는 경우가 종종발생하는 것이다.

매뉴얼은 만든 이후 누락돼 있는 사항은 없는지, 설명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및 작업이 변화되었을 경우 현실이 반영되도록 주기적이고 지속적으로 보완해 자기 주관이나 관습에 의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작업을 해야만 산업재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의 화학사고 사례를 살펴보면 유지보수 작업과 같이 비정형의 낮은 작업빈도의 작업, 도급에 의한 작업 등에서 재해가 빈발하고 있는데 이런 경우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거나 매뉴얼이 있다 하더라도 활용하지 않은 경우가 자주 발견된다.

예를 들어 충청권 지역에서도 매뉴얼에는 관리자가 있는 상태에서 작업을 해야 함에도 휴일에 관리자 없이 화학물질 이송작업을 하다가 밸브방향이 잘못된 것을 모르고 작업해 독성물질이 누출된 사건, 배관 내부를 흐르는 액체 또는 점성체 등에 의해 배관이 막힌 경우 조치 방법에 대하여 매뉴얼 없이 작업자 개인의 경험에 의해 작업을 하다 화학물질이 분출하여 재해가 발생한 경우가 있다. 비정형 작업 등 모든 가능한 사례에 대하여 무시하지 말고 매뉴얼(안전작업 절차서)를 만들어 작업에 착수하도록 하거나 세부매뉴얼이 없다 하더라도 기본매뉴얼 등에 따라 작업하는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안전관리의 책임이 사업주에게 있는 만큼 위험 및 관리를 개인에게 떠넘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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