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럼]
김인식 대전시의회 의장

가을의 한 가운데다.

짧게 스쳐 더 아름다운 가을처럼, 우리는 감사해야 할 아주 많은 것을 누리며 살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책과 음악과 그림이다. 오랜 세월 많은 천재들이 태어나고 죽었다. 그들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꿔놓은 사람들이다. 우리는 역사 속 천재들을 책과 음악과 그림을 통해 만나며 살아가는 행운을 누린다. 드라마 속에서 모차르트가 흐르고, 광고 카피로 빅토르 위고가 되살아나며, 영화 속 소품으로 고흐가 스쳐 지나간다.

특히나 지금처럼 주말에 특별히 짬을 내야만 대자연과 접할 수 있는 도시 생활에서 예술은 현대인의 진정한 숨통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정신적 고통을 온통 그림에 쏟아 부었던 반 고흐는 화가를 이렇게 정의한다.

'화가는 자연을 이해하고 사랑하여, 평범한 사람들이 자연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사람이다.'

우리가 내용을 잘 몰라도 그의 그림에서 감동을 받는 이유는 자연에 대한 이해와 그의 고단했던 삶을 함께 교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예술이 우리를 도와 더 나은 삶, 더 나은 자아로 이끌어주는 7가지 보조수단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다음 7가지 역할을 들으면 '아, 내가 이런 기능으로 그런 감동을 받은 거구나'하고 무릎을 칠 것이다.

첫째, 예술은 소중한 것과 최고의 통찰을 좋은 상태로 유지시켜 우리가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능력으로서, 우리의 나쁜 기억을 순화시킨다. 둘째, 예술은 즐겁고 유쾌한 순간을 눈앞에 붙잡아 둠으로서, 우리에게 희망을 가져다준다. 셋째, 예술은 살아가며 겪는 슬픔의 크기를 줄여서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완충제 역할을 한다. 넷째, 예술은 우리가 가진 좋은 자질들을 최고의 가능성으로 끌어내주는 균형추이다. 다섯째, 예술은 내 안에 넘치지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무엇인가를 대신 표현해주는 길잡이이다. 여섯째, 예술작품에 담긴 타인의 경험과 교류함으로서 우리의 경험을 확장시킨다. 일곱째, 예술은 우리의 감수성을 깨우는 도구다.

미술관을 찾아 그림을 감상하고,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했던 음악회가 끝나고 나오며 우리는 '좋다' 또는 '행복하다'라고 말한다. 마음 깊은 곳을 움직이는 책을 읽으며 밑줄을 치고, 마음이 허전할 때는 그 밑줄을 다시 읽기도 한다. 그동안 무언가 딱 꼬집어 말할 수 없었던 느낌과 감동이란, 앞서 말한 예술의 7가지 기능을 통해서 상처를 위로받고 희망을 채웠으며 잠자고 있던 감수성이 되살아 난 것이다.

우리 대전은 명실상부 중부권 문화예술의 메카다. 대전예술의전당, 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 연정국악문화회관을 비롯해 5개 구민회관, 여러 소극장, 야외무대 등에서 연중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도 예술의전당에서는 '뮤지컬 레베카'와 '연극 프랑켄슈타인'의 막이 오르고, 많은 시민들에게 사랑받은 시립미술관의 '피카소와 천재화가들 전'은 내일까지만 그 명화들을 대전에서 만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또한 이응노 미술관에서는 연중 이화백의 높은 작품세계와 만날 수 있다.

아침 아파트에서 눈을 뜨고 빌딩으로 출근해 다시 아파트로 퇴근하는 도시의 삶에서 예술작품을 통해 힐링과 행복을 느껴보는 것은 어떠할까? 깊어가는 이 가을 음악과 미술과 책을 통해 시민들의 가슴 속에 평안과 행복이 물들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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