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대 사태가 악화일로다. 김윤배 총장 퇴진요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총학생회가 수업거부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만약 김 총장이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내달초부터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한다. 이미 범비상대책위원회 또한 김 총장과 청석학원 재단 이사진을 배임혐의 등으로 고발해놓은 상태다. 강(强)대 강(强)으로 치닫고 있는 분규를 보는 지역 내 시선은 우려와 탄식이 교차될 수밖에 없다.

한수 이남 최고의 명문 사학을 자부하던 청주대가 어찌 이 지경이 되었는가. 청주대가 속한 학교법인 청석학원은 고 청암 김원근 선생과 고 석정 김영근 선생이 설립했다. 두 설립자는 전국을 돌며 행상(도매업)으로 큰 부를 일궜다. 이후 청주대를 포함 7개의 학교를 세워 당시에 가장 절실했던 교육구국(敎育救國)을 실천했고 수많은 구휼사업을 펼쳤다. 하지만 장기 내홍에 명문사학의 발목이 잡힌 꼴이 됐다.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은 오명이다. 글로벌화를 추구하는 대학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고 전문성·특성화를 요하는 시대적 변화에 둔감했기 때문이다. 도종환 의원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청주대 누적 적립금은 2928억원으로 전국 6위, 지방대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학생을 위해 투자한 등록금은 전국 4년제 사립대 161곳 가운데 158위에 머물렀다. 이는 교육투자 여력이 충분함에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수업거부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든 학생들의 입장은 이해하나 일면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다. 방학을 앞두고 있어 제적당할 가능성은 적다지만 학점관리가 안 돼 자칫 취업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학내 분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 몫이다. 김 총장의 '선(先) 사태수습, 후(後) 사퇴검토' 기조, 학생들의 '우선 사퇴' 주장은 양날의 검인 셈이다.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청주대는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 학교에 직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은 무엇인지 서로 의견을 존중하며 진중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요즘 지방대학이 위기라고 한다. 더 물러날 곳이 없다. 대학구성원들이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 수습하지 않는다면 대학은 물론 지역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게 자명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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