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이명섭 청주폴리텍대학 정보통신시스템과 학과장

오늘날 컴퓨터가 없는 사무실에서의 업무처리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컴퓨터 의존도가 상당하고 Mobile Office(모바일 오피스)와 Smart Work(스마트 워크)를 실현하게 됐으며, 컴퓨터의 고장은 업무를 마비시킬 정도가 됐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대부분의 회사원과 대학생뿐만 아니라 초·중등생까지도 컴퓨터를 사용해 업무를 처리하는 컴퓨터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46년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존 모클리(John W. Mauchly)와 프레스퍼 에커트(John P. Eckert)가 공동 개발한 애니악이다. 애니악은 개발 당시 길이 25m, 높이 2.5m, 폭 1m, 무게 약 30t의 아주 큰 기계였다. 오늘날의 개인용 컴퓨터와는 크기, 무게, 성능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컴퓨터를 처음 개발했을 당시에는 업무와 관련된 특수한 사람들만 조작이 가능했고,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항상 프로그램을 작성해 사용해야 했다. 그런데 이런 통념을 깨고 업무용 프로그램을 만들어 일반인들이 프로그램을 작성하지 않아도 컴퓨터를 활용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 준 아주 고마운 사람이 있는데, 그는 비지캘크(VisiCalc:퍼스널 컴퓨터에서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이 불필요한 간이 언어)를 개발한 댄 브리클린(Dan Bricklin)이었다. VisiCalc라는 이름은 ‘visible calculator’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댄 브리클린은 1978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MBA과정을 공부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화면을 셀 단위로 분할해 수식으로 작성해 두고 숫자만 바꿔 모든 계산을 자동으로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회계 계산과 같은 복잡한 계산을 간단히 할 수 있고, 다양한 분야에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는 이런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같이 공부하던 개발자인 보브 프랑스턴(Bob Frankston)과 공동으로 스프레드시트(Spread Sheet) 계열의 프로그램인 VisiCalc를 개발하게 됐다. 이들이 개발한 VisiCalc는 1978년에 대니얼 필스트라를 만나서 본격적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됐고, 초기 애플 컴퓨터에 장착돼 일반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VisiCalc가 등장한 4년 이후에 Lotus 1-2-3라는 제품이 등장하면서 VisiCalc는 자취를 감추게 됐다. 내가 처음으로 접했던 Lotus 1-2-3는 MS-DOS 운영체제에서 사용했는데, 셀에 작성돼 있던 수식을 복사해 순식간에 표계산을 완성해 주던 그 편리성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Lotus 1-2-3은 뛰어난 성능과 다양한 기능으로 DOS운영체제에서는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이후 Microsoft Excel과 Boland Quattro Pro와의 경쟁에 밀려 이 또한 서서히 사라져 갔다. 현재는 오피스 시장의 성장을 기반으로 Microsoft Excel이 스프레드시트 시장에서 최종적인 승자가 됐다. 언젠가 댄 브리클린의 인터뷰 기사의 내용을 대략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컴퓨터 기술은 모든 사람의 공동 소유물입니다. 내가 VisiCalc로 상품화된 스프레드시트 개념에 대해 특허를 내지 않고 모든 사람이 쓸 수 있도록 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너무 상업적인 면에 치우치지 않고 모두를 위한 기반으로 컴퓨터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Microsoft Excel을 애용하는 한 사람으로서, 매 학기말마다 Excel이 없다면 어떻게 성적처리를 했을지… 오늘날과 같은 스마트한 오피스 환경을 만드는데 토대 역할을 한 엔지니어가 고마우면서 더 스마트한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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