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춘추]
김희원 수출입은행 대전·충남지역본부장

충남 소재 플랜트기자재업체인 J기업은 2012년까지 견실한 규모의 영업이익을 시현하였지만 이듬해 7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미국의 對이란 제재강화 조치로 매출채권 회수가 어렵게 되자 對이란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70%를 상회하던 J기업은 감당할 수 없는 자금경색에 빠지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 기업은 1975년 첫 진출 이후 이란에서 우리나라 전체 해외건설시장 중 6번째 규모인 119억 달러의 건설공사를 수주하는 등 이란은 우리기업에게 기회의 땅이었지만, 우리 정부가 이란 제재에 동참한 2010년 이후 신규수주가 사실상 중단됐다.

특히 2013년 미국의 對이란 제재 조치 강화로, 자금사정 및 대체시장 발굴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 정부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2013년 4월 對이란 수출 중소기업은 전년대비 48.9% 감소하였다.

그런데 최근 우리 기업의 이란 시장 재진출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미국과 EU가 올해 1월 對이란 경제제재 잠정 완화 조치를 발표하고 비제재 대상인 건물 설계·엔지니어링 분야 교역을 허용한 바 있으며, 우리나라 국토해양부는 연구용역을 발주해 이란 건설시장 진입, 사업수주 등의 전략 수립에 착수했다.

또한 경제제재 완화 조치의 기한(2014. 11. 24)을 앞두고 미국·EU와 이란은 경제제재의 완전한 해제를 위한 협상을 계속하고 있으며, 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란에서 온건파 하산 로우하니(Hassan Rouhani) 대통령이 당선된 후 서방과의 대결구도가 완화되었고, 영국은 최근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복원했다.

미국이 IS(이슬람 급진 무장세력) 격퇴를 위해 이란에 협조를 요청한 점도 협상 타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핵개발 관련 이슈에 대한 이란의 반발이 완강하여 최종타결은 내년초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대외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우리 기업들은 세계 4위의 해외건설 발주국인 이란 시장 재진출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풍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높은 경제성장 잠재력을 가진 이란은 우리 기업에게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對이란 제재조치로 우리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안 상대적으로 제재조치에서 자유로운 중국 기업들은 이란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였다. 우리기업이 이란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되찾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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