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감연희 설치미술가

지난 17일 오후 경기 성남 판교 테크노밸리 야외 공연장에서 열린 축하공연에서 지하주차장 환풍구 덮개가 붕괴되면서 관람객들이 20m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유명 걸그룹을 보기 위해 약 700여명의 관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부 관객들이 무대를 좀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대형 환풍구에 올라서자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한 환풍구 바닥이 붕괴된 것이다. 이 사고로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세월호 사고가 준 교훈을 아직 잊지 못하고 있는데 또다시 판교 환풍구 사고라니...

이 환풍구는 일부분이 지상에서부터 공연장 인근건물 지하 4층 주차장까지 곧바로 뚫려 있었다. 사람이 올라갔다가 덮개가 무너지면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환풍구는 지하철, 지하상가, 지하주차장 등과 같은 대형 지하시설의 공기순환을 돕기 위한 시설로써 대부분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에 설치돼 있다.

그렇다면 이는 언제든지 사람들이 올라 갈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최대한의 무게를 견디게 시공됐어야 하는 게 우선이고 또한 시공 후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안전문구나 혹은 펜스라도 설치했어야 했다.

하지만 관련법이나 규정에 환기시설에 대한 안전규정이 사실상 전무하다. 그렇다면 이번 사고로 희생된 분들 및 부상당한 분들과 그 가족들의 가슴에 안겨진 상처를 누가 달래주고 책임져야 하는가. 세월호 사고가 채 수습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참사가 벌어졌으나 책임지려는 곳은 어느 곳도 없는 상황이다.

사건 현장에 있었던 한 시민은 "사고 직후 안전요원에게 알리려고 해도 알릴만한 사람이 없었다"며 주최 측의 안전사고 대비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공연장소도 협소했다. 유명 걸 그룹의 공연이 예정된 만큼 다수의 사람들이 공연장을 찾을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좁은 공간에서 공연을 진행하다가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3000명 이상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축제는 안행부장관, 소방방재청장 등이 안전관리를 지도해야한다는 소방방재청 안전관리 매뉴얼의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현장에서 환풍구에 올라가지 못하도록 제지하는 안전요원은 없었고 안전펜스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언제까지 이런 후진국형 참사를 지켜봐야한단 말인가.

지금 우리사회는 어디를 가도 무슨 공사든 건설공사는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주변 안전시설을 어떻게 설치해야 한다는 기준이 빠져있는 건축법이 문제다. 이 공사를 담당하는 시공사 및 현장 건설 인력과 관계자들이 사고가 나지 않고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공사를 할 수 있게 하는 각종법에 관한 체계적인 규정이 필요하다.

특히 대중이 이용하는 공공장소를 시공하고 관리하는 기관에 대한 법 집행은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

우리 사회가 온통 안전 부실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어디를 가도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든다. 생명과 인권을 존중하고 법치에 의해 다스려지는 우리 사회에 왜 이같은 현상이 자주 일어나는가를 모두 함께 고민하고 생각할 시점이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 보는 오늘의 뉴스와 신문에 매일처럼 보도되는 이 같은 불특정 대중인 국민들이 당하는 사고가 없는 뉴스와 신문지면을 볼 수 있는 그날은 언제쯤이나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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