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 칼럼]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 산업경영과 교수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올해 물리학상 수상자로 일본 나고야 메이조대학의 아카사키 이사무 교수와 나고야 대학 아마노 히로시 교수, 미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 나카무라 슈지 교수 등 3명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일본은 노벨상 수상자 22명 중 물리학상 8명을 포함해 역대 과학분야 수상자가 19명이 됐다. 과학분야 노벨상은 한 국가의 기초과학과 경제·산업의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가 된다는데 의미가 있다.

한국의 경우 올해 민간 기업인 톰슨로이터가 2명의 수상 예상자를 꼽았을 뿐 역대 과학 분야 수상이 전무하였는데, 그만큼 기초과학 수준이 허약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경제는 추격형 성장모델(fast follower) 중심이었는데 이제는 선도형 모델(first mover)로 시급히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역시 모방적 추격형 성장모델에서 탈피하자는데 초점을 둬야 의미가 있다. 급속히 추격해 오는 중국의 공세에 대응하고 일본과 같이 기초·소재분야를 키워 선도형 경제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더 이상 ‘기초과학 100년지대계’의 실현을 늦춰서는 안된다.

일본의 경우 메이지 유신(1868년) 이래 140여 년 넘게 지속적으로 기초과학 분야를 지원해 왔고, 2050년까지 노벨과학상 30명을 목표로 연간 2000억 달러(약 215조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다는 점, 일본 과학자들은 7~10년 동안 한 연구 분야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 올해도 지방대학 출신들이 노벨상을 수상했다는 점 등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반해 한국의 경우 국가 차원의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1980년 이후부터 이뤄져 30년이 조금 넘고 현재 국민총생산(GDP)의 4.4%인 52조원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하고 있어 일본과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연구개발에 대한 뚜렷한 장기목표와 인재육성, 체계적인 자원배분 정책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의 경우 3년 안에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지원이 끊기는 구조이다. 창조경제를 모토로 한 박근혜정부에서도 응용기술 위주 지원으로 인해 기초과학 기술분야는 오히려 소홀해졌다는 평이다. 기초과학분야 인재를 육성해야 할 일반대학의 경우 자연계열 뿐만 아니라 공학계열 마저 줄였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태년 의원실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자연계열은 4.1%, 공학계열은 2.0% 입학정원이 감소했다. 자연계열 중에서도 수학, 물리, 천문, 지리분야의 학과수가 전국적으로 90개(20.3%)나 격감했다. 또한 유기홍 의원실의 분석자료에 의하면 2015년 감축되는 입학정원의 96%가 지방대학 몫이다.

최근 대학구조개혁에 대한 논의가 자주 등장한다. 대학구조개혁은 단지 입학정원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대학의 정체성을 바로 세워 대학 서열을 타파하고 우리학문의 터전을 일궈 가는 것이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나카무라 슈지 교수가 “지방에서 태어나, 지방대를 졸업하고, 지방기업에 취직해 내가 하고 싶은 연구에 몰두했더니 노벨상을 받게 되네요” 라고 한 말이 한국에서도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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