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한승구 계룡건설 사장

많은 사람들이 지난 2005년부터 방영을 시작한 EBS의 지식채널e라는 프로그램을 알고 있을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인물까지 50여 가지에 이르는 카테고리를 통해 수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며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식채널e에서 역사 카테고리를 따로 빼내 새롭게 만든 프로그램이 역사채널e이다. 우리나라의 역사 전반에 대한 설명 대신 간략하고 명료한 사실을 중심으로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는 역사의 뒷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전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우리역사의 참신한 내용을 국사편찬위원회와 함께 공동으로 제작해 흥미요소와 사실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1시간 분량의 이야기를 5분짜리 영상으로 짧고 굵게 함축해 주는 간결함과 잔잔한 음악과 자막으로 구성한 영상은 백 마디 말보다 강한 전달력이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스토리텔링과 반전을 이끌어내는 기법도 영상에 몰입하게 하는 큰 요소이다.

지난해 1000회를 넘었다고 하니 그 동안 방영된 방대한 내용은 우리 역사교육에 있어 하나의 큰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공자나 역사에 관심이 깊은 사람이 아닌 일반인에게 역사란 먼 과거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어렵고 고루한 옛 시대의 이야기 정도로 치부되기도 한다.

우리는 학창시절에 국사 수업시간을 통해 고구려, 백제, 신라나 고려, 조선의 왕들 중 몇 년도에 무슨 왕이 어떤 정치를 했다고 배워왔다.

당연히 국사를 수많은 연도와 왕의 이름과 사건을 외워야 하는 어려운 과목으로 인식해왔다. 내신성적을 잘 받거나 대입수능 점수를 높이기 위해 역사를 외워왔다고 하는 편이 맞다.

취업전선에서도 대기업이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한국사능력시험이 하나의 스펙으로 이력서에 채워야할 할 요소가 됐다.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으라고 하지만 정작 역사지식만 잔뜩 머릿속에 채워 넣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지 모른다.

재미있는 역사드라마는 큰 인기를 끌지만 딱딱하고 어려운 역사 수업은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데도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역사를 지식으로 접근하지 않고, 선조들의 이야기를 담아 재미있고 흥미롭게 담아낸 역사채널e가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부분은 우리의 역사 교육에 대하여 시사하는 바가 있다.

우리는 흔히 구한말 시대의 상황에 비춰 민초들의 삶을 궁핍하고 암울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프랑스의 여행가 조르주 뒤크로가 1906년에 쓴 '가련하고 정다운 나라 조선'이라는 책에 이렇게 쓰고 있다.

'얼굴표정은 온화하며 눈은 꿈을 꾸는 듯하고 행동에는 무사태평과 관용이 엿보인다. 친절하고 우아한, 가난하지만 꿈을 꾸는 이 민족에게 약한 점이라고는 없다.' 격변기의 정치적 사건에 대한 지식만 배운 우리에게 저런 선조들의 모습은 다소 의외이다.

임금님의 수랏상은 드라마 대장금에서 나오듯 진귀한 산해진미로 가득할까. 암행어사에게 마패만큼 중요한 놋쇠로 만들어진 자는 무엇에 쓰일까.

태조나 세종같은 왕의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으며 종묘사직은 무엇인지, 조선왕조실록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그 오랜 기간을 견뎌왔는지 등 정작 우리에게 호기심을 끌만한 역사적 내용을 가르쳐준 역사 선생님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딱딱한 역사지식보다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선조들의 지혜와 우리의 숨겨진 역사를 가르쳐준다면 학생들 뿐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남녀노소 모두에서 유익할 것이다.

역사교육은 우리사회의 중요한 문제이다. 어렵고 지루한 역사교육 대신 좀 더 재미있고 감동적인 우리의 역사를 접할 수 있다면 우리 모두가 역사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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