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 속 사연]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젬병. '봉사가 문고리 잡는다더니 축구에 젬병인 철수가 운 좋게 골을 넣었다네', '셈에는 젬병인 그는 자신의 이익에 관련되면 단 일원도 손해 보지 않는 철저한 인간이지', '이것 저것 야채들을 마구 섞어 비빈 밥은 궁합이 맞지 않아 영양가 면에서는 영 젬병이다' 등.

해놓은 일이나 물건이 또는 맛이 형편없거나, 잘못 됐을 때 이르는 말이다.?특히 일에 소질이 없을 때 많이 쓰인다.

얼핏 보면 순수 우리말 같지만 한자어에서 왔다. 그 것도 중국의 떡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다.

생뚱맞게도 전병(煎餠)이라는 떡에서 유래됐다. 전병은 찹쌀가루나 수숫가루, 율무가루 등을 둥글게 반죽한 뒤 팥소를 넣고 접어서 지진 떡을 말한다. 중국 전한(前漢)에서 시작됐다고 하는 이 전병은 우리말로 '부꾸미' 혹은 '지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당나라 때 불교와 함께 들어왔다고 전해진다.

찰전병(찹쌀가루), 밀전병(밀가루), 메밀전병 ,차수수전병 등이 대표적이다. 먹을거리가 어떻게 해서 소질이 형편없음을 표현하는데 사용하게 됐는가.

전병의 모양을 잘 되살려보자. 일단 모양이 멋있지 않다. 납작하게 지져놓아 볼품이 없다. 요리할 때 요리기구에 눌어붙어 상처가 생겨 다소 흉하다.

또한 요리한 뒤 바로 먹지 않으면 모양이 뒤틀려 형편없이 변한다. 그래서 애초 모양이 형편없어졌을 때 전병 같다 했다. 이 전병이 강하게 발음하고 사투리가 섞이다 보니 '젬병'으로 바뀌었다.

간식거리로 입맛을 돋우었던 떡이 인간의 소질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변한 것이다. 여하튼 형편없음을 가리키는 속어로 변질된 것에 전병은 억울하다.

젬병인 인간들이 참 많다.정치인들 말이다. 세치 혀로 유권자들을 능수능란하게 속이고 우롱해 권력을 잡았지만 정작 국가와 정부를 이끌어 가는 데는 젬병이기 때문이다.

경제와 교육, 문화 등은 일신우일신 하려 하고 이미 도약을 위한 준비가 돼 있다. 허나 정치발전은 늘 답보다. 아니 역행하고 있다. 경제 등 나머지 분야의 발목이 잡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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