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정갑용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청주센터 전문위원

기업형슈퍼마켓(SSM) 등 대기업의 유통업 진출이 가속화됨에 따라 골목슈퍼의 자생력을 키워주기 위한 정부의 나들가게 지원사업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1만 개의 골목슈퍼를 1차적으로 지원했으며, 2014년부터 e-나들가게란 사업으로 향후 4년에 걸쳐 1만개의 골목슈퍼를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그동안 나들가게로 편입된 1만 개의 골목슈퍼들은 지속적으로 사후관리 지도를 받으며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부 언론기관에서 폐업율을 문제삼고 있지만 4년간 10%에 못미치는 폐업율을 보인 것은 영세 자영업체의 높은 휴·폐업율에 비하면 매우 안정적이고 낮은 수치로 평가할 수 있다.

지난 4년간 지원한 나들가게 사업은 점주마인드 개선 및 점포의 하드웨어인 간판이나 내부시설 보완에 중점을 뒀다면 금년부터 지원하는 e-나들가게 지원사업은 소프트웨어인 포스정보화시스템 구축으로 지역 중소유통도매물류센터와 연계한 온라인 공동구매 및 다양한 부가서비스 제공 등으로 골목슈퍼가 단순히 식품류와 비식품류만 취급하는 상점이 아닌 택배서비스와 교통카드충전서비스, 연금복권 취급점, 아동급식전자카트 취급점, 공과금 수납점 등 다양한 서비스 상품과 결합해 고객의 필요와 욕구를 해결해 주는 플랫폼 숍(platform shop)으로 업그레드 시켜주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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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유통경력이 풍부한 전담매니저를 점포에 파견해 상품전략, 고객관리, 시장분석 등 종합적인 마케팅 플렌을 제공하고 있으며, 유통전문 교육을 병행해 점주들의 경영능력 향상에도 힘쓰고 있다. 올해 e-나들가게 지원사업은 전국적으로 총 2500개의 골목슈퍼를 지원할 예정이다. 전국에는 7만여개의 골목슈퍼가 있다. 이들 점포가 개별적으로 시장에 대응한다면 손 쓸 틈도 없이 고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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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지원사업인 ‘나들가게’ 브랜드로 함께 뭉친다면 대형마트와 SSM 등 거대 유통조직과도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부중지어(釜中之魚)’란 고사성어가 있다. 삶아지는 것도 모르고 솥 안에서 헤엄치고 노닐고 있는 물고기를 뜻하는 고사성어다. 하루가 다르게 치열한 경쟁으로 달아오르는 레드오션 시장에서 작은 물고기와 같은 골목슈퍼들이 어떻게 견디어 내겠는가? 점주들 스스로의 혁신의지와 시장을 직시하는 노력, 협업을 통한 공동대응이 절실히 필요할 때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2년 9월 결성된 청주나들가게협의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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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개 나들가게가 가입돼 있으며, 공동구매와 공동세일 행사를 통해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열심히 하고 있으며, 매월 모임을 통해 시장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정부의 소상공인협동조합 지원사업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1.6배로 28.8%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7%, 일본의 12.3%에 비해 상당히 높다. 생계형 업종중심으로 과잉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은 확대되고 있다. 위기의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소상공인이 협력해 설립하는 협동조합 모델은 시장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기업의 생명을 존속할 수 있는 대안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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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협업을 통한 공동구매는 가격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시장 지배력을 유지시켜 소비시장의 최전방에서 서민들에게 상품을 공급했던 소매 골목슈퍼들이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 되고 있다. e-나들가게 지원사업에 많은 골목슈퍼들이 참여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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