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9집 콜라보레이션 실험
공개 4시간만에 9개 사이트 실시간차트 1위
“신선하다” “아이유와 잘 안맞아” 호불호 갈려

가수 아이유가 부른 서태지의 9집 선공개곡 '소격동'이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다. 2일 0시 발표된 이 곡은 공개 4시간 만에 멜론, 엠넷닷컴, 올레뮤직, 네이버뮤직, 다음뮤직, 지니, 벅스, 소리바다, 싸이월드뮤직 등 9개 사이트의 실시간차트 1위를 석권했다.

서태지는 '소격동'을 남녀 두 가지 버전으로 공개하는 콜라보레이션(협업)을 기획했다. 이날 아이유가 부른 버전에 이어 오는 10일 자신이 부른 버전을 잇달아 선보인다.

아이유가 부른 '소격동'은 몽환적인 전자음 트랙의 신스팝(Synthpop)으로 1990년대 서태지의 음악을 연상시키는 특유의 코드 진행이 담겨 한 번에 들어도 서태지 사운드다.

여기에 깨끗하게 노래하는 아이유의 서정적인 음색, 동화 같은 가사가 담겨 음악적으로는 다소 조화롭지 않는 문법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서태지의 내공을 보여주듯 균형감이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처치스의 '더 마더 위 셰어'(The Mother We Share)를 연상시키는 사운드란 지적도 있다. 예상된 트랙이 아닌 만큼 이 곡에 대한 호불호는 갈린다.

1990년대를 상징하는 가수와 1993년생 가수의 조합이란 점에서 다양한 세대의 의견이 잇달아 음악사이트마다 감상평 댓글이 쏟아졌다.

다수는 '신선하고 실험적인 곡이다. 사운드는 묵직하고 날카로운데 멜로디는 따뜻하고 몽환적이다', '낯선 전개지만 들을수록 아름다운 곡이다', '아이유의 목소리도 하나의 악기처럼 들린다' 등 서태지의 역량에 박수를 보냈다. 반면 '서태지 사운드가 아이유와 안 어울린다', '목소리와 연주가 따로 노는 느낌이다' 등의 시각차도 있다.

엇갈린 평을 떠나 이번 노래에서는 서태지가 '남녀 입장에서 바라본 1980년대 소격동에서 일어난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서태지 측은 '소격동에서 일어난 이야기'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노래 가사 중 '어느 날 갑자기 그 많던 냇물이 말라갔죠/ 내 어린 마음도 그 시냇물처럼 그렇게 말랐겠죠', '소소한 하루가 넉넉했던 날/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이 뒤집혔죠/ 다들 꼭 잡아요/ 잠깐 사이에 사라지죠'란 대목이 그간 서태지가 음악 속에 녹여낸 날카로움을 보여준다.

종로구 소격동은 군사 독재 시절 강압 통치의 상징인 옛 국군기무사령부가 있던 곳으로 서태지가 자란 곳이기도 하다.

그로 인해 이번 곡에서는 서태지가 '검게 물든 입술/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어'라고 노래한 '시대유감'과 맞닿은 정서가 용해돼 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