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속 사연]
김 동 우
YTN 청주지국장

흐지부지. 일의 옳고 그름을 분명히 가리지 않고 어영부영 넘어가거나, 거창하게 시작한 일을 하는 둥 마는 둥 끝날 때 쓰는 말이다.

"잘 나가다 막판에 흐지부지 하지 마라", "아예 흐지부지 할 생각 마라. 다 지켜보고 있다" 얼핏 보면 순수 우리말 같다. 허나 한자어 '휘지비지(諱之秘之)’에서 온 말이다. 휘(諱)는 '꺼리거나 피 하다'는, 비(秘)는 '비밀로 감추어 숨기다'는 뜻이다.

'흐지부지'는 국어사전의 디딤돌이었던 ‘우리말 큰 사전(1957)’에 처음 등장한다. 그 이전 조선총독부가 펴낸 ‘조선어 사전(1920)’에 '휘지비지'가 한자어로 실려 있다.

'기탄(忌憚)하여 비밀이 하는 것 즉 꺼려서 비밀히 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조선말 사전(1938)’은 '휘지비지'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풀이하고 있다.

'결과가 분명히 나타나지 아니하는 것 또는 꺼려서 비밀히 하는 것'이라 말이다. 따라서 '흐지부지'는 '휘지비지'의 발음상 오류에서 빚어진 말로 추정된다. 휘지비지 발음이 힘들어 '흐지부지'가 된 것이다. 말 그대로 발음이 흐지부지된 셈이다.

'흐지부지’에 대한 보다 명확한 정의는 ‘표준국어대사전(1999)’에서 찾을 수 있다. '확실하게 끝맺지 못하고 흐리멍덩하게 넘기는 모양' 여하튼 '흐지부지'는 뜨뜻미지근하고 확실치 못한 행동을 일컫는다. 다소 패배주의적이거나 상황을 정의하는 능력이 부족한 인간들을 가리킨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흐지부지하는 인간들이 참 많다. 중간고사를 망쳐 내일부터 열공(열심히 공부)하겠다는 학생들이 작심삼일로 끝나는 것이 그렇고, 백해무익한 담배를 피우는 골초들이 금연하겠다며 온갖 수선을 떨지만 금연에 실패하는 것 역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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