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럼]
김필권 국민건강보험공단 대전지역본부장

지난 추석 때 오랜만에 본 어린 조카가 통통하게 살이 올랐길래 "어렸을 때 찐 살은 크면 다 키로 간다"고 덕담조로 말을 건넸었는데, 나중에 곰곰 생각해보니,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선 비만은 성인병을 유발한다. 소아청소년비만 환자의 30~40%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을 앓는다. 심혈관질환에 걸릴 위험은 일반 아동청소년에 비해 14.7배나 높다.

여자아이의 경우 초경을 일찍 시작하고 사춘기 진행속도가 빨라져 신체와 정신의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다.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으로 인한 자신감 결여로 우울증에 걸리기도 쉽다. 또 소아청소년비만은 한 번 걸리면 빠져나오기도 어렵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비만은 성인비만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한다. 미국국립보건원 로버트 쿠즈마스키 박사도 조사 결과 10~14세 비만아동이 성인비만으로 이어지는 확률이 83%나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렇게 위험한 청소년 비만인구가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비만인구는 OECD 평균(56.8%)에 한참 못 미치는 31.8%에 불과하지만, 청소년 비만 증가율은 14.3%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세 미만 인구의 비만 및 관련 질환으로 2009~2013년 동안 건보공단에서 지불한 진료비도 2320억원이나 된다.

필자는 운동(축구)을 광적으로 좋아한다. 중독수준(?)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비과학적인 얘기겠지만 필자는 축구하나만으로 체중조절이 자유자재로 가능하다.

다시 말해, 맛있는 게 먹고 싶어서 실컷 먹고 나면 2~3㎏ 살이 찐다. 그런데 축구를 심하게 하면 감쪽같이 원상회복 된다. 나만이 아는 체중관리법인 셈인데, 독자 여러분도 한 번 실험해볼 것을 권유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들에게도 좀 더 운동할 시간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지난해 6월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학교체육 활성화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모든 초등학교에 단계적으로 1명 이상의 체육 전담교사를 배치하고, 중학교 3학년의 체육시간을 주2시간에서 3시간으로 늘리는 한편 고등학교 체육수업도 확대하는 내용이다.

이와 더불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인스턴트식품과 주스·탄산음료를 아이들로부터 떼어놓는 일이다. 고열량·저영양 정크푸드의 과다섭취가 소아청소년비만의 주 원인이기 때문이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미래세대의 건강권을 해치고 많은 사회적 비용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갖고 주시해야 한다. 이에 국민의 건강권을 책임지고 있는 공단에서도 비만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방안을 위햐 '비만관리대책위원회'를 운영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선 학교나 공단, 모든 사회단체들이 소아청소년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들, 환자 자신이 탈출 의지를 갖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러니, 독자 여러분께 혹 비만인 자녀가 있다면, "지금 그 살들이 나중에 키로 갈거야"라며 위로하지 말고 "지방이 칼슘으로 진화하지 않는 한 비만은 오히려 키 크는 데 방해만 될 뿐"이라는 진실을 가르쳐 주자. 다시 돌아오지 않는 아름다운 청춘을 뒤뚱거리며 보내게 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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