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송기은 삼성화재보험 RC

태풍 풍웡이 지나가며 비를 흩뿌리던 지난 24일에 세월호 참사후 162일째 단식농성에 들어간 광화문 단식장에 들렀다. 오후들어 하늘은 개이고 따스한 햇살이 오곡백과를 살찌우는 풍요의 계절에 우리 가슴은 더욱 멍자국이 깊게 패여만 가고있다.

지난 4월 16일 봄에 일어난 참극이 가을로 접어들고 어언 반 년이 다 돼 가는데도 아직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요원하기만 하다. ‘보고는 받았지만 책임은 없다’는 청와대는 과연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는가? 왜 대통령은 24차례의 서면 및 유선 보고에도 불구하고 대면보고는 한 차례도 받지 않았는가? 대통령은 7시간 동안 과연 어디에서 무엇을 하였는가? 등이 세월호 초기 대응의 핵심이다. 또한 청와대까지를 포함한 예외없는 조사를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세월호 정국으로 인해 국회를 포함한 국정 전반이 표류하고 있다.

세간에 무성하게 떠도는 ‘국가정보원은 세월호의 실소유주인가?’ 여부이다. 광주지법 목포지원은 세월호 노트북컴퓨터 파일을 열어보니 “국정원 지적 사항”이라는 내부 문건을 발견했고, 2013년 2월 26일 작성한 문건에서는 “선내 여객구역 작업 예정 사항”이라는 제목으로 100여건의 작업내용과 작업자 등이 기재돼 있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정부는 왜 배 안의 승객을 단 한명도 구조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못한 것인지를 밝혀내야만 한다.

세월호 침몰 뒤에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인명구조에 나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민간인 잠수사의 선내 진입을 막고 특정업체 언딘(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에 독점 구호를 맡겼는지, 유착 의혹 관계의 규명, 소방 헬기, 미군 구조함, 문화재청 함선, 해양경찰은 전혀 구조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왜 돌려보냈는지도 밝혀야 한다.

그러면서 선장과 선원들만 먼저 구조하고 배 안에 있는 승객은 구조하지 않은 해경은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피의자 신분인 선장과 선원들을 해경은 특별 관리한 것도 의문 투성이이다. 이제 문제는 성역없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을 통해서만이 그 수많은 의혹들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가뜩이나 피로 사회로 지목되고 있는 현실에서 하루빨리 세월호 정국을 매듭짓고 책임자는 전원 처벌하고 재발방지책을 철저하게 만들어서 다시는 이같은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 이 사회가 과연 정상적인 문명 사회인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세계 최고의 자살률, 학생과 노인 자살의 심각성을 필두로 청년 실업의 문제, 노인 문제, 실업 문제, 나날이 심해지는 부의 양극화 문제, 노사 갈등과 지역 갈등, 세대 갈등 등을 보면 인생의 어느 시기에서 잠시나마 행복을 만끽할 수 있었는가에 관해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세월호 사건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할 정부가 그걸 방기함으로써 희생자와 유가족은 물론 온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깊은 내상을 가져다 주었다. 만의하나 이 정권이 끝까지 세월호 특별법에 미온적인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면 그건 곧 ‘국가는 폭력이다’라고 외쳤던 L.톨스토이의 말을 스스로 자인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온 국민의 크나큰 저항에 부닥칠 것임을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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