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출신 임덕규 백소회 총무
10여명서 시작해 이제 회원만 100여명
22년째 충청권 출향인사 여론취합의 장
회원간 선거서 맞붙는 경우도 종종 있어
정당을 떠나 충청발전 공감대형성 노력

▲ 임덕규 백소회 총무가 지난 22년간의 활동을 설명하고 있다. 디플로머시 제공

충청출신 저명인사들의 모임인 백소회(百笑會)는 재경 출향인사의 사랑방 조직으로 시작해 발족 20년을 넘어서면서 충청권을 대변하는 지역의 대표 단체로 성장했다.

100여명의 회원 모두 우리나라 정치,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의 대표적인 인물들로, 이들의 발언 자체가 큰 반향을 몰고 왔기 때문이다. 백소회 모임은 당초 대전·충남지역 언론에만 공개해왔는데 인터넷의 발달로 참석자들의 면면과 그들의 발언내용이 전국으로 퍼지며 다른 지역에서도 벤치마킹해 비슷한 조직을 만들려는 시도도 있다.

백소회 창립부터 총무를 맡아 모든 살림을 담당하고 있는 임덕규(79) 월간 디플로머시(외교, Diplomacy) 회장을 지난 24일 서울 중구 다동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를 통해 백소회의 탄생 배경과 현재까지의 활동상황 등을 들어봤다.

-백소회 탄생배경이 궁금하다.

"1992년 12월 초 서울 프라자호텔 일식당에서 당시 이형구 산업은행 총재, 남재두 국회의원, 주돈식 조선일보 편집국장(전 문광부 장관), 고흥길 중앙일보 정치부장(이명박정부 특임장관), 정진태 비상기획위원장(예비역 육군 대장) 등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제가 한 달에 한 번 씩 각 분야별 고향인사들이 만날 수 있는 충청도 사랑방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모두 흔쾌히 승낙해 시작됐다.

시골 사랑방에서는 '유사'가 있는데 우리 사랑방에는 별도의 회장없이 '총무'를 두자고 했고 참석자들이 이 모임을 제안한 제가 총무를 맡아야 한다고 해 22년째 맡고 있다.

사랑방 이름은 제가 '백제의 미소'를 줄여 '백소회'로 하자고 제안했고 그 자리에서 확정했다. 회원 자격은 충청도 출신으로 국회의원, 도지사, 광역단체, 장·차관급, 대학 총장, 대기업 사장·회장, 국영 기업체장 그리고 중진 언론인 등으로 결정했다.

초창기에는 10여명이 모이다 점차 소문이 나면서 갑자기 수십 명으로 늘었고 현재는 110여명에 이른다. 모임 장소도 프라자호텔에서 조선호텔로 옮겼다 그 후 2011년부터 다시 프라자호텔에서 모임을 갖고 있다.

초창기 회원을 소개하면 송자 전 연세대 총장, 김현욱 전 국회 외무위원장, 류근창 전 충청향우회장, 심대평 전 충남지사, 송석구 전 동국대 총장, 곽정현 전 충청향우회 총재 등이 참석했다.”

-백소회가 다른 모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백소회는 회비가 없는 게 특징이다. 모임 일정은 매월 셋째 주 금요일 오전 7시에 조찬회로 22년째 이어 오고 있다. 회비가 없는 이유는 조찬회 경비를 '기쁜 마음으로 후원하겠다'는 회원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백소회는 고향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토론으로 여론을 형성하기도 하고 각 분야에서 회원들이 직접 많은 역할도 해왔다고 높이 평가 받고 있다."

-그동안 모임이 중단되지 않고 더욱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백소회 참석자들은 한마디씩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발언의 주제는 자유롭지만 주로 고향사랑과 나라 사랑이며,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과 세종시 조기 정착 등 지역 현안이 단골메뉴로 이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공감대가 형성된다. 특히 전·현직 장차관과 국회의원, 대학총장들의 발언이라 상식 수준 이상의 전문가 의견이 오고가며 여론을 이끌어가는 경우가 많다.

백소회는 사랑방 모임으로 서로의 발언을 통해 공부도 많이 되고 회원들이 오고 가는 게 자유로워 참여율이 높다는 게 장점이다."

-최근 이낙연 전남도지사가 백소회 모임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측근들을 보내왔다고 하던데.

"이낙연 지사는 최근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충청권에 백소회라는 모임이 있는데 호남권에도 이런 포럼을 만들어보겠다는 의사를 밝혔었다.

이후 이달 초 전남도 도민소통실장(국장급)과 공무원 3명 등 총 4명이 저를 찾아와 백소회 조직과 운영방법을 문의했다. 성실히 답해줬고 방문했던 공무원들도 만족해하며 돌아갔다."

-22년간 많은 일이 있었을 것 같은데 일화를 소개해 달라.

"충청출신의 내로라 하는 인사들이 참여하다 보니 경우에 따라서는 회원들이 여야 국회의원 후보로 맞붙는 상황도 있었다. 이럴 때 입장이 가장 곤란했다.

백소회 특성상 정치성향이 특정 정당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야로 갈려 경쟁하는 회원들을 만날 때 어느 쪽에도 힘을 실어주기 어려웠고 당연히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했다.

선거 후 당선자와 낙선자 모두를 초청해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낙선자에게는 위로를 하려 했지만 낙선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표현처럼 낙선자도 후에 좋은 상황이 되면 백소회 모임에 다시 참석하는 사례가 많아 보람을 느끼고 있다. 우리는 정당을 떠나 충청인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 충청권에서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을 많이 했는데 가능성은.

"과거 영남권 정부가 들어서면 영남인사들이 정부 요직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고, 호남 정권이 들어서면 호남 출신들이 입신양명하는 사례가 반복됐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인사부터 탕평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게 소신이다.

그런데 박근혜정부에서도 대전·충남 출신 국무위원이 한명도 없어 이를 개탄했던 것이다. 전례를 보면 이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충청도에서 대통령이 나와야한다는 생각이다. '영충호 시대'라는 말이 있듯이 인구 비례를 봐서도 충청도에서 대통령이 탄생할 시기는 됐다고 생각한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자주 통화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는데.

"반 총장과의 인연은 40여년 전으로 올라간다. 제가 1972년 한·인도 친선협회 간사를 맡았을 때 반 총장은 당시 인도대사관 서기관으로 근무해 업무관계로 자주 만나며 친숙해졌다.

제가 아는 반 총장은 실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겸손하고 상황에 따라 강인한 의지를 갖고 있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인물이어서 인간적으로 끌렸다. 이후 계속 연락하고 인간관계를 맺으며 유엔사무총장 선거에서도 저로서는 최선을 다해 도왔다.

이런 인연으로 한 달 평균 2~3회 전화통화를 하면서 안부를 묻고 국내 중요 소식도 전한다. 지난해 반 총장이 서울을 방문해 국내 외국대사들과 가진 포럼에서 저를 지칭하며 '한국에서 대사직을 잘 수행하려면 임 회장과 친하게 지내라'라고 농담 반 진담 반의 언급을 하기도 했다."

-월간 디플로머시를 39년째 발행하고 있다.

"1972년부터 창간을 준비해 75년 8월5일 창간호를 발행했다. 이후 한 번도 빠짐없이 매월 발행하고 있다. 전 세계 대통령과 수상, 국왕, 석학 500여명을 표지인물로 등장시키며 차별화 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 주재 외국 대사들을 지면에 소개하며 그들과 수십 년째 교류하고 있다. 이런 인연으로 그동안 민간외교관으로서 여러 일들을 해오며 큰 보람으로 느끼고 있다.

인터뷰는 사전에 대상자와 대화를 통해 우리나라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결론을 도출한 후에 진행하고 있다. 디플로머시는 철저히 국익을 위해 발행하는 월간지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서울=김홍민 기자 hmkim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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