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 칼럼]‘
김재학 LX대한지적공사 대전충남본부장

1923년, 당시 뉴욕 양키스 스카우터였던 '폴 크리챌'의 눈에 띈 한 젊은 선수가 스무살의 나이에 뉴욕 양키스에 입단하게 된다. 그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이적해온 베이브 루스와 함께 팀의 중심타선을 이루었는데 사람들은 이를 두고 ‘살인타선’이라고 불렀다.

그가 입단한지 3년째 되던 해 팀 내 1루수로 출장한 후 14년 동안 2130경기 연속 출장 기록을 이어나가 팬들은 그에게 ‘철마(The Iron Horse)’란 애칭을 붙여주었다. 위 이야기의 주인공은 미국 뉴욕주 출신 내야수인 ‘루 게릭’ 선수다. 그는 전성기가 채 지나지도 않은 1939년에 대뇌와 척수의 운동신경 세포가 파괴되어 근육이 점점 소실 돼 가는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으로 은퇴했고, 2년 뒤인 1941년 서른 일곱이란 젊은 나이에 아쉽게도 사망하고야 만다. 후세에 이 병은 그의 이름을 따 '루 게릭 병'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러한 루 게릭 병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지는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SBS수목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주인공인 조인성이 손가락을 떨고 마비가 오는 등 심각한 루 게릭 병의 전조증상이 나타나면서 관심을 끌었고, 이에 앞서 2009년 가을 개봉해 전 국민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내 사랑 내 곁에’의 극중 주인공 종우 역의 김명민이 루 게릭 환자를 연기하기 위해 20㎏을 감량해 화제가 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병을 세상에 알린 선두주자는 바로 ‘아이스버킷 챌린지’ 행사라 할 수 있다. 이는 현재 국내외 유명인들의 참여로 SNS를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 이벤트는 루 게릭 병 환자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기부금을 모으기 위해 미국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참가자는 세 명을 지목해 24시간 안에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도전을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100달러를 ALS단체에 기부해줄 것을 요구한다. 대부분의 참가자는 자신이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도전을 한 뒤 기부도 같이하는 쪽을 택하는 참여자가 늘고 있다. 한 국내 소셜분석회사는 이 캠페인이 유행하면서 루 게릭 병에 대한 관심도가 이 전에 비해 약 100배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루 게릭 병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참여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캠페인으로 그 구도가 세분화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유행이 확산될수록 논란역시 적지 않은데 이 캠페인의 본질인 ‘루 게릭 병(ALS)’에 대한 설명은 빠진 채 얼음물 샤워를 통한 유명인의 이색적인 모습과 인맥을 볼 수 있다는 점만 부각된다는 점은 충분히 우려를 살 만 하다. 이 같은 캠페인을 왜 하는지와 어떤 목적인지 정확한 설명은 뒤로한 채 그저 이목을 끌기위한 이벤트로만 보여질까봐 걱정스럽다.

루 게릭 병이 무서운 이유는 고통스런 증상도 문제지만 치료제가 없다는 점이다. 전 세계 35만 명의 환자 중 국내 환자는 약 3000명이나 되지만 전문요양기관조차 전무하다. 하루 빨리 완치 가능한 치료제가 개발 돼 지금도 병상에서 고통 받는 이들이 건강을 되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