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김 지 철
충남도교육감

창의와 인성을 강조하는 현대의 교육에서 그 근간이 되는 것 중 하나가 지식이라는 것에 많은 이들이 동의한다. 지식 위주의 교육이 문제인 것이지 지식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말이다. 지식을 기반으로 해 새로움을 창출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성도 길러진다.

지식을 어떻게 얻는가? 지식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체험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지식을 직접 체험으로 얻을 수 없기에 간접 경험을 통해 획득한다. 그러기에 간접 경험으로서 독서는 중요하지만 독서를 통한 지식 획득 그 자체가 교육의 목적은 될 수 없다. 독서는 궁극적으로 삶의 변화를 지향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의 유형 중의 하나가 똑똑하고 부지런하고 책을 많이 읽는데 마음이 나쁜 사람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매우 빠르게 많은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린다. 불경에 보면 같은 물이라도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되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양서와 악서가 따로 존재한다기보다 누가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또 무슨 책을 읽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읽느냐가 더욱 중요함을 역설한다.

어떻게 하면 자신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는 독서를 할 것인가? 책을 읽은 후 대화하는 것이다. 서로가 도움을 주고받으며 나도, 세상도 바꾸어가는 것이다. 사고의 틀이 아직은 고착화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더더욱 독서 후 토론은 반드시 필요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지식과 정보를 쌓고 깊이 있는 사고를 위해 독서를 한다. 학교에서도 보면 한 분야의 책을 전문가 수준에 가깝게 막대한 양의 독서를 하는 학생들을 종종 보게 된다.

전부는 아니지만 이중 상당수의 학생들이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둔 채 나 홀로 독서를 한다. 이는 저자의 말을 온전히 따르거나, 나의 관점을 강화하는 독서로 나아가기 쉽다. 이렇게 해서는 나의 진정한 변화가 어렵다. 변화는 자신을 존중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경청할 때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독서해야 한다.

아이들이 자주 만나는 토론대상자는 친구다. 이들의 독서 후 대화는 매우 소중하고 또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미숙한 독자들의 만남이기에 스스로가 무언가 부족함을 느낀다. 여기가 교사와 학부모의 동참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은 아이들이 읽는 책부터 함께 읽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대화를 시작하자. 독서가 정말로 중요한 것이라면 아이들한테만 시키지 말고 어른들이 먼저 실행해 보자.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독서를 꺼리는 순간, 아이들도 책에서 점점 멀어진다.

교사들은 아침 자습시간이나 독서시간에 아무 말 없이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읽어보자. 학부모들은 힘들지만 방송매체를 잠시 접고 책을 열어보자. 학교의 관리자, 교육청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독서라는 어려운 길을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열어 가보자. 아이들이 따라오지 않더라도 책을 읽은 어른들은 그만큼 자신에게 돌아올 무엇이 있음을 안다. 함께 하는 독서가 된다면 아이들이 읽은 책을 바탕으로 말을 건네 보자.

독서는 오늘 내일에 빨리 해치우고 끝낼 일이 아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평생을 해야 할 일이다. 우리의 삶이 혼자가 아니듯 독서도 혼자 할 일이 아니다. 자, 이제부터 나와 아이와 이 사회의 미래를 위해 책을 펼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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