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럼]‘
김인식 대전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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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9월 말이다. 아침저녁 느껴지는 한기에 가을을 실감한다.

파랗던 가로수 잎들은 그 빛을 잃었고, 곧 노란 은행잎과 빨간 단풍잎이 거리와 산을 물들일 것이다. 보기에 아름다운 단풍과 낙엽을 과학의 눈으로 바라보면 '나무의 자기살기'라 한다.

물과 햇빛이 풍부했던 여름 내내 뿌리를 통해 한껏 빨아들이고 잎으로 배출하던 나무는, 가을 들어 수분을 아끼기 위해 제일 먼저 자신의 잎부터 말리기 시작해서 낙엽으로 버린다.

이렇게 알몸이 된 나무는 물도 영양도 가장 적게 필요한 최소한의 몸으로 겨울을 난다. 버려진 잎들은 땅을 덮어 추운겨울 나무를 보호하고 썩어서는 땅으로 스며들어 다시 잎으로 태어난다. 영하 50℃를 넘나드는 혹한의 땅, 남극의 주인은 황제펭귄이다.

생명이 존재하기 힘든 이곳에서 그들은 서로 체온을 나누기에 생존하고 번식한다. 새끼는 아버지 발 위에서 아버지 몸에 감싸여 추위를 피하며 성장한다.

매서운 눈 폭풍이 불어 닥치는 날에는 모든 펭귄들이 원을 그리며 모여든다. '황제펭귄의 허들링'이다. 그리고 이들은 끊임없이 안과 밖을 교대한다. 바깥쪽이 너무 춥기 때문에 안과 밖을 교대하며 추위를 막고 체온을 나누는 것이다.

자연이 선물한 혹한을 견뎌내는 슬기와 본능이다. 평생 태어난 자리에서 살다가는 나무도 혹한의 남극대륙에서 번성하는 펭귄도, 비우고 나누는 것이 결국 내가 사는 방법임을 아는 것이다.

예전에 텔레비전을 통해 본 어느 자원봉사자의 인터뷰가 참 인상 깊다. 배움도 많지 않고 오랜 시간 주부로 살림하며 아이를 기르던 그는 자녀들이 성장하자 미용을 배웠다고 한다. 그리고 집 앞 골목에 조그마한 미용실을 차린 후, 동네 미용인들과 함께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양로원과 장애인시설을 방문하여 머리를 깎아드리는 봉사였다. 마침 그날은 그 시설을 찾은 언론사에 의해 간단한 인터뷰가 이뤄진 것이다. 인터뷰에서 그는 "제가 머리를 정성껏 깎아드리면, 할머니들이 참 예쁘게 소녀처럼 웃으세요. 근데 참 이상해요. 그 웃음에 세상을 다 얻은 듯이 제가 더 많이 행복해져요"라며 활짝 웃었다.

평생을 낮은 곳으로 향하신 마더 테레사는 '우리는 위대한 일은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위대한 사랑으로 작은 일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바로 '나눔'을 이야기 하신 것이다. 비록 작지만 내 작은 관심과 배려가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는 큰 힘이 되는 것처럼, 우리는 모두 작은 일을 행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은 섬기는 방법을 발견한 사람이다'라는 슈바이처의 말처럼 진정한 행복은 타인에 대한 '나눔'에서 온다.

지난 추석 우리는 풍성한 오곡백과로 차례상을 차리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었다. 가을의 풍요로움은 추운겨울을 대비한 자연의 선물이다. 지금 내가 누리는 많은 것에 감사하며, 나무와 황제펭귄처럼 이웃과 나누어야 한다. 그것이 내가 진정 행복한 사람이 되는 비결이다.

깊어가는 이 가을 '이웃과 나눔'을 생각하며, 끝으로 독일시인 릴케의 ‘엄숙한 시간’을 소개한다. 여러분도 지금…, 이 세상…, 어디선가…, 누군가…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엄숙한 시간>지금 이 세상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 / 세상 속에서 까닭 없이 울고 있는 사람은 나를 위해 울고 있는 것이다 / 지금 한밤중에 어디선가 누군가 웃고 있다 /한밤중에 까닭 없이 웃고 있는 사람은 나를 두고 웃고 있는 것이다 / 지금 이 세상 어디선가 누군가 걸어가고 있다/ 까닭 없이 걸어가고 있는 그 사람은 나를 향해 오는 것이다.

지금 세상 어디선가 누군가 죽어가고 있다 / 세상 속에서 까닭 없이 죽어가고 있는 그 사람은 나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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