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럼]
이광희 영동경찰서 생활안전교통과장 경감

얼마 전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한 행사를 위해서 관내 모 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며칠 전부터 준비한 학교 폭력 예방관련 플래카드와 배너, ○·Ⅹ 문제와 해설로 제작한 PPT자료, 그리고 상품을 들고서 경찰관 5명이 대거 동원돼 학교 강당으로 갔다. 그러나 약속된 시간이 지났는데도 강당은 텅 비어 있었고, 학생들은 아직 모여 있지 않았다. 마이크를 잡은 생활지도 선생님의 지휘로 여러 차례의 고성이 오고가서야 약속시간이 훨씬 지나고 난후 간신히 학생들이 모일 수 있었다. 무대 위에서 나름대로 열정을 갖고 준비한 내용을 진행해 나갔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서로 잡담을 나누는 것은 기본이고, 한쪽에서는 서로 장난치며 넘어뜨리고 낄낄대는 것이 너무나 예의가 없고, 기본이 되어 있지 않았다. 교장선생님은 처음에 악수하고 지켜보는가 싶더니 어느새 보이지 않았고, 교감선생님은 강당 밖에서 서성이고 있고, 다른 선생님 어느 누구도 나서서 지도협조하기는커녕, 학생들과 한쪽에서 잡담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경찰서장도 교장실을 방문해 교장선생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려던 계획을 접고, 서운한 마음을 교감선생님에게 대신 전하고 떠나는 것을 보고는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학교가 우리 청소년들에게 자기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계발하고,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본을 배우고 학습하는 공간이 아닌, 폭력이 나무하는 두려움의 장소로 변하고 있다면 우리에게 미래란 기약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학교 폭력 피해로 파생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해 학교 폭력 집중 단속기간까지 설정해 대대적인 홍보·단속 활동을 펴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빈번하게 발생되고 있는 학교 폭력을 뿌리 뽑기 위해 홍보기간까지 설정했고, 학교 전담경찰관이 관내 학교를 방문해 학교 폭력 예방교실 운영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폭력 예방 및 척결을 위한 경찰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번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는 사실과 일부 학교 선생님들의 소극적인 학생 지도와 무관심한 행정으로 인해 장애 요인이 발생되고 있다. 학교 당국의 학교 폭력 예방 교육 소홀은 물론이고, 평상시 홍보활동 미흡으로 학교 폭력에 대한 대처 방법 등을 선량한 학생들이 전혀 모르고 있다.

학교 폭력을 근절시키고 평온한 면학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학교 당국의 척결 의지와 책임감 있는 참여 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 당국이나 선생님들은 교내·외에서 폭력을 행사해 선량한 학생들의 금품을 빼앗는 행위, 힘없는 학생들에 대한 따돌림 등 일체의 학교 폭력 예방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피해 학생들의 학부모 역시 자식들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피해 발생 시 상담 방법 등 대처 요령을 반복 주지시켜 줘야 한다. 이렇게 학교 선생님들의 성실히 사명감을 갖고 적극적인 학생지도로 학교 폭력을 근절하는 의지가 선행 된다면, 학교라는 신성한 울타리 내·외에서 학생들의 폭력 행위는 줄어들고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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