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집나간 청소년들
대전·충남 900여명 달해
‘가출팸’ 쉽게 범죄 연결
“사회구조적 방안찾아야”

가출한 여고생이 잔혹하게 살해된 채 발견됐다. ‘김해 여고생 살해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의 가해자 중 절반은 놀랍게도 피해자 또래의 여학생들이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상상을 뛰어넘는 그들의 ‘잔혹한 폭력’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더 들여다보면 이 사건 속에도 ‘보편’은 존재한다. 학교 내 따돌림과 가출, 조건만남 등 ‘10대’라는 말과 붙어 이미 낯설지 않은 단어들이 이 극단적인 사건의 뒷이야기로 들려오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그저 ‘특수한 몇명’의 ‘사이코패스적 비행’으로 치부해 넘기기 어려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사회에서 학교와 집을 벗어나 거리를 헤매거나 혹은 가출이란 선택의 기로에 선 ‘위기의 청소년’이 매일같이 생겨나고 있다. 이에 본보는 가정과 학교, 더 넓게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위기 청소년’들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4회에 걸쳐 심층 보도하고자 한다.

많은 청소년들이 가출과 폭력, 자살충동의 늪에 빠져 스스로를 위기로 내몰고 있다.

21일 대전경찰청, 충남경찰청, 대전시, 충남도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전지역에서 가출한 18세 미만 청소년 수는 432명에 달한다. 충남은 같은 기간 472명의 청소년이 집을 떠났다. 가출은 청소년을 범죄의 위험에 빠트리는 지름길. 김해 여고생 사건은 10대들이 가출한 후 흔히 겪는 일들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관련기사 6면

가출한 아이들은 함께 모여 사는 방식의 ‘가출팸’을 형성한 후 조건만남으로 생활을 이어가는 것은 흔한 뉴스가 된지 오래다. 함께 생활하는 구성원 중 남자들은 어른 남성 손님을 구해오는 ‘포주’ 역할을 하고, 여학생들은 그 손님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해 돈을 벌어 함께 생계를 꾸리는 방식이다.

지난해 대전경찰은 10대들을 모아 가출팸을 만들어 성매매를 시킨 후 그 돈을 착취한 혐의로 20대 남성을 구속하기도 했다.

남학생들이 가출 후 생활비 마련을 위해 휴대폰이나 차량을 훔치다 ‘소년범’으로 재판이 넘겨지는 사건 역시 다반사다.

지난해 대전지역에서 발생한 10대 패싸움 사건에서 보여지듯 학교폭력 역시 여전하다.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담배 셔틀’이나 ‘빵 셔틀’은 학생들 사이 힘 서열 속에서 여전히 학교 안에 똬리를 틀고 있다.

과도한 경쟁 속에서 10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 역시 더이상 새로울 것 없는 현실이다. 지난해 대전 서구의 한 다리 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여고생은 생전 학업 스트레스를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위기를 겪는 청소년들을 맡아 교육하는 대전시교육청 가정형Wee센터의 이건우 팀장은 “위기를 겪는 아이들 각자의 이야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가정과 학교, 더 나아가 우리 사회구조적 문제가 그 근본적인 원인임을 알 수 있다”며 “폭력, 자살, 가출 등 위기에 빠진 학생들을 교육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하며 성장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에 대한 어른들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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