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충섭 개인전 '사잇(Between)'
11월 15일까지 우민아트센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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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충섭 작가의 작품 '타래 월인천강Ⅱ'. 우민아트센터 제공

우민아트센터는 개관 3주년을 맞이해 첫번째 '기획초대'와 두번째 '충북연구와 미술'을 연계, 충북 진천 출신 임충섭(73) 작가의 개인전 '사잇(Between)'을 11월 15일까지 갖는다.

이번 전시는 임 작가의 어린 시절 고향에 대한 경의, 기억과 그리움, 경험과 추억 등을 담아내고 있으며 2000년부터 최근작을 포함한 26여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한국 현대미술에서 설치 미술의 선구자로서 미술사적 중심에 있는 임 작가는 1970년대 초 뉴욕으로 건너가 평면, 드로잉, 설치 오브제 영상 등 다양한 매체의 실험과 조형방법을 꾸준히 탐구해왔다.

임 작가는 이번 개인전 '사잇(Between)'에 대해 "내 작업은 자연과 문명을 가로지르는 경계를 비춤과 동시에 그 둘 사이에 다리를 놓고자 하는 욕망과 관련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국과 미국, 과거와 현재, 예술과 삶, 자연과 사회 사이에서 끊임없이 접촉하며 그 사이의 관계 맺음, 또는 사이의 대화를 지속해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그가 이번 개인전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 주제 '사이'는 그가 오랫동안 탐구해온 주제다.

임 작가는 어느 날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속에서 이황과 기대승 사이의 유명한 사단칠정(四端七情)에 얽힌 논쟁을 읽었다고 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서양 현대미술이 추구했던 본질과 가상에 대한 논의가 이미 오래전 조선의 성리학자들에 의해 개진됐음을 깨달았고 2010년 '월인천강'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임 작가는 "16세기 조선의 두 학자가 '달'에 대한 해석에 서로 다른 의견을 냈다. 이황은 하늘에 있는 달도, 강에 비친 달도 달이라 했고, 기대승은 달은 하늘에만 있지 강에 비친 달은 반사일 뿐이다"라고 했다며 "나는 이황의 견해에 적극 동의한다.

이황은 이미 조선 중엽인 16세기에 현대 미술의 모든 모음새를 정서적으로 이뤄냈다"고 전했다. '월인천강', '월인천지'에 이어 이번에 설치된 1000개의 강이라는 뜻을 지닌 'Tarae- Thousand River II'는 우민아트센터 전시장의 장소적 특성을 고려해 제작된 것으로, 임 작가의 역량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한국의 전통무명실, 달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 영상, 우리 전통 건축양식의 정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임 작가는 무명실은 3차원의 예술계, 즉 조각 미술에서 볼 때 마치 점토가 갖는 매체와 같이 일종의 양성과 음성이 더해진 재료라고 전한다.

그는 "내 설치작품 '1000개의 강'은 자연과 문명, 그 사이에 인간의 이성이 개입된 '다리 놓기'"라며 "무명실, 비디오, 정자는 우리 무명실이 주는 '빛', 대자연으로의 음성적인 '빛', '우리 고전 건축공간으로의 ‘빛’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앗상블라주(assemblage) 기법을 이용한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길을 걷다 주운 평범한 물건들이 임 작가를 만나면 작품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버려진 사물이 원래 있던 자리에서 벗어나 전시장에 부착됨으로써 그것은 더 이상 폐기물이 아니라 작품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미술평론가인 최태만 국민대학교 교수는 "평면 위에 그려진 오브제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나 전체적인 색조는 단색적이다"며 "이런 점은 임 작가의 회화를 평면과 입체, 리듬과 절제된 구조 사이에 위치시키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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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개의 강'작품에 대해서는 "실타래에서 무명실을 뽑아 공간에 설치한 그의 작업은 직조라기 보다 현악기의 줄처럼 공간을 정돈하는 것에 가깝다.

여기에 건축적 구조까지 결합시키고 있다"며 "그의 설치는 복잡하지만 단아하며 완결성이 높다. 무명실이 감긴 실타래, 베틀, 한국의 전통건축구조는 그가 조형언어를 통해 읊고 있는 월인천강이란 시를 구성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박한샘 기자 p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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