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 칼럼]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 산업경영과 교수

최근 ‘피케티 논쟁’이 증폭되고 있다. 파리 경제대 토마 피케티 교수의 저서 ‘21세기 자본’이 지난해 8월 프랑스에서 첫 출간되었고, 지난 3월 미국에서 번역본을 발간하며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금융위기 이후 소득불균형에 주목해 온 미국인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피케티가 주장하는 내용이 간간히 소개되어 관심을 불러일키고 있었는데, 12일 한국어판 ‘21세기 자본’이 출간되고, 저서의 장본인이 오는 19일 국내의 한 경제포럼에 참석하기로 되어 있어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피케티에 따르면 지난 300년간 20여개국의 방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소수의 부유계층에 자본이 집중되어 불평등이 악화됐다.

자본 수익률이 늘 경제성장률보다 높아 부의 집중이 가속화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피케티의 주장은 경제가 성장하면서 초기에는 소득 분배가 악화되지만 낙수효과(trick-down effect)와 함께 점차 개선된다는 전통적 경제학의 시각과 배치되는 것으로 논쟁의 초점이 되었다.

그가 분배구조의 불평등 해소를 위해 제시한 최고 소득세율 인상과 글로벌 부유세도 엄청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선진국이 앞장서서 부자들 소득의 80%까지 세금으로 환수해야 하며, 부자들이 다른 나라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국제적으로 동시에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케티의 연구가 20여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하였다는 것,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기는 하였지만 정교성이 미흡하다는 것, 불평등 해소를 위해 제시한 방안이 급진적이라는 것, 우리나라 상황과 맞지 않은 내용들이 있다는 것 등 논란이 있음에도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다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불평등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2013년 11월에 발표된 OECD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빈곤율은 2006년 14.4%에서 2012년 16.5%로 상승세를 거듭해 OECD 평균인 11.3%를 크게 웃돌며 34개 국가 중 6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위 20%의 빚은 25% 늘어나 빈곤화가 점점 심점 심화되었다. 이에 반해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16.6%, 상위 20%가 절반 정도를 차지하며 OECD 중 부의 쏠림현상 2위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 기준으로 복지지출은 GDP 대비 9.3%로 OECD 평균인 21.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2007년 4분기부터 2012년 3분기까지 실질노동생산성은 9.8% 늘었지만 이 기간 실질 임금은 오히려 떨어져 ‘임금없는 성장’이란 말이 나왔다. 반면 10대 그룹 81개 상장사의 올 1분기 말 사내유보금은 515조 9000억 원으로, 2009년의 271조원의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사람은 나면서부터 평등하다’는 천부인권도 지나친 경제적 불평등 상황에서 무색하게 다가온다. 불평등이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점점 악화되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더 이상 가볍게 볼 수는 없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되짚어 보고 평등사회를 지향해 가는 것이 피케티 논쟁을 통한 소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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