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센터·사전투표소·문화공간 등 장애인들 이용불편 여전

5층 건물인 대전전통나래관의 장애인 화장실은 1층에 단 한곳 뿐이다.

2~5층에 마련된 일반 화장실들은 모두 비좁아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 볼 일을 보려면 1층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

공연이나 교육 때 사용할 샤워실 역시 공연장과 교육실이 있는 5층과 4층이 아닌 3층 기획전시실 옆 공간에 마련돼 있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 뿐 아니라 일반 여성들도 샤워실을 이용하려면 불편함과 민망함을 무릅쓰고 3층 전시실로 내려와야 한다.

전통나래관은 대전무형문화재 기능종목의 전승과 보존을 위해 시가 150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문화 공간인 만큼 모든 시민이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 건물에서 장애인과 노인, 여성 등에 배려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전시의 ‘인권감수성’ 부족이 시 정책 추진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 인권에 대한 행정당국의 ‘무지와 무관심’이 엿보이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사전투표소 79개소 중 투표함이 1층에 설치된 곳은 단 6곳에 불과해 장애인들의 선거권을 침해한다는 비판까지 일었다.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문화프로그램도 대부분 2·3·4층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엘리베이터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갖쳐진 곳은 전체(78개소)의 20%(16개소)에 불과하다.

정책의 가장 기본이 되는 실태조사 및 통계업무에서도 행정당국의 ‘인권감수성’은 미흡하다.

학교폭력, 군 인권 침해 등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문화 미성년 인구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해두는 일은 미래 세대의 인권과 바로 연결된다. 그러나 매년 집계하는 ‘대전시 다문화 통계’는 한국 국적의 다문화가정 미성년자 인구와 국내 거주 외국인 미성년자를 구분해 조사하지 않는다.

상황이 이런데도 ‘공무원 인권교육’은 대전에선 먼나라 이야기다.

시 인권조례는 전 공무원을 대상으로 연 1회 이상 인권교육을 실시토록 정하지만, 정식으로 진행되는 관련 인권교육은 전무하다.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대전시는 인권조례에도 불구하고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권교육을 사실상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대전시 정책 전반에 있어 인권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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