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두 년
중원대 법학과 교수

그간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할 지를 놓고 여·야 정치권과 유가족들이 각자의 처한 입장에 따라서 의견이 대립되고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갈등은 법조계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집행부가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기소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거듭 촉구하자 전임 변협 회장들이 “법치주의에 반하는 주장”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특별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자는 입장은 민간인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입법도 위헌이 아니고 사법체계를 뒤흔드는 것도 아니란 주장이다. 수사권의 경우에는 검찰과 검찰이 가지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미 ‘특별사법경찰관리’ 제도에 따라서 출입국, 식품, 세무, 출입국 등의 공무원들에게 수사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소권의 경우에는 기소독점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검사가 기소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국가소추주의를 취하면서도 피해자인 개인이 직접 소추할 수 있는 사인소추(私人訴追)제도를 도입한 나라를 예로 든다. 또한 우리나라는 이미 ‘특별검사의 임명등에 관한 법률(특검법)’을 제정해 기소독점주의의 예외를 도입했기 때문에 이 역시 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특별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은 민간기구인 특별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것은 우리나라의 사법체계를 뒤흔드는 것으로서 위헌의 소지가 있고 법치주의를 훼손하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위원회의 목적이 진상규명에 있다면 세월호 참사의 직간접적인 원인규명에 치중하고 검찰과 경찰에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면 맡기면 된다. 위원회의 목적이 책임자 처벌까지를 포함하는 것이라면 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 위원회가 직접 수사하고 기소를 할 수 있도록 입법을 하면 된다.

특별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줄 것인지 말 것인지의 문제는 전적으로 입법권을 가진 국회에서 판단할 일이다. 국회의 입법권에 대해서 정치권이나 국민들이 입법을 강요하거나 입법권을 침해해서도 안된다. 국회의 입법권도 자신들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재량행위이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국회는 헌법의 범위내에서 만 합헌성의 원칙에 따라 입법형성의 재량권을 가진다. 입법권을 함에 있어서도 입법권의 기속성에 따라서 입법권재량의 한계를 가진다. 특정한 법익을 다른 법익과 비교해 어느 쪽이 더 본질적이고 합리적인가를 판단하는 ‘비례의 원칙’에 따라야 하고, 목적의 정당성과 피해의 최소성이 균형되도록 하는 과잉금지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입법권의 한계를 벗어난 법률은 헌법위반으로 무효가 되며 법치주의 국가의 원리에서 파생되는 당연한 헌법상 기본원리이다.

한국에 법치주의가 도입된 것은 8·15 이후의 일이다. 일제강점기에는 법에 의해 통치를 받기는 했어도 그 때의 법은 탄압과 착취를 위한 식민지통치의 도구에 불과했다. 자유민주주의를 근본이념으로 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법치주의를 주요한 헌법원리 중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있다. 법치주의가 올바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법률에 의한 국민의 자유와 권리 제한 뿐 아니라 행정과 재판도 법률에 의해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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