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 춘 경
이주여성긴급지원 대전센터장

다누리콜센터(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 1577-1366)는 폭력피해자인 이주여성이나 갈등상황에 처한 국제결혼 부부를 위한 상담으로 늘 분주하다. 부부갈등과 시댁가족 등과의 갈등으로 찾아온 한국인들은 이주여성에 대한 불만과 답답함을 토로하면서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잖아요. 한국에 왔으면 한국식을 따라야 하는데 고집이 세고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니 못살겠어요.”

과연 이 말은 불평하는 남편과 언어와 문화마저도 낯선곳에 이방인처럼 와있는 부인 모두에게 합당한 말일까? 이 말은 과거 자신이 생활하고 있던 곳의 관습이나 편견들을 버리고, ‘현재 살고 있거나 여행 중인 나라의 습관이나 생활양식에 따라 적응하며 살라’는 뜻으로 통용되고 있다.

진정한 의미는 서로 다른 문화가 충돌할 때 어느 일방의 강요에 의해 다른 일방의 문화와 관습을 포기하라는 의미가 아닌 서로가 다름에 대한 유·무형의 합의를 도출해 조화롭고 평화로운 삶을 위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중심적인 가치관이 주류였던 로마시대의 사회는 인간의 한계를 인식하고 개개인 인간의 가치관과 사상을 인정했다.

로마시대의 문화와 사상에서 가장 음미해야 할 것은 '나와 다름'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정신이다.

국제결혼가정에서 갖기 쉬운 조급함과 현실과 다른 국제결혼에 대한 잘못된 환상과 그에 대한 실망과 분노, 올바른 결혼관이나 부부관계의 정립 없이 결국은 상대가 아닌 ‘나’ 중심적인 사고에서 상대방을 억압, 통제하게 되면서 갈등이 깊어지고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국제결혼가정의 이혼율이 증가하는 원인의 한 요인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가부장적인 한국의 가족문화는 적응하기 어려운 문화적 충격이고, 의사소통의 어려움에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제대로 표현 할 수 없는 결혼이주민에게 일방의 관점만을 주장하고, 순종할 것을 강요하면서 한국에 왔으니 무조건 한국문화를 따르라고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 될 수 있다. 위기상황에 놓인 이주여성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방적인 교육과 훈계, 지시를 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경찰의 위기협상팀은 이런 문구가 적힌 옷을 입고, 극단적 갈등과 위기상황에 놓인 사람에게 다가간다고 한다.

‘We listen, talk to me’

상대의 생각과 감정을 듣지않고 빨리 배우라고, 무조건 이곳의 풍습과 문화만을 따르라고 강요하기 이전에 먼저 듣기를 상대방의 생각과 어려움이 무엇인지, 꿈이 무엇인지 말하게 하고 들어보자. 그리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두사람의 인생여행을 위한 두사람의 법을 만들자.

바야흐로 두사람과 가족의 이해와 소통이 되는 새로운 로마와 로마법을 만든다면 그것은 행복한 가정을 위한 나침반이 돼 줄 것이다.

한국의 국제결혼가족들이여 당신의 로마와 로마법은 어떠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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