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시설관리 엉망진창
무자격 아르바이트생 고용
고용비 횡령 등 불법 만연

학생들의 교육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교육청이 자체 수련원 시설 관리를 방치해 불법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대전경찰청, 대전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대전서부경찰서는 대학생 청소년수련활동 강사들의 급료와 교통비를 빼돌린 한국해양수련단 대전연맹 간부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한 청소년 단체의 이름을 앞세운 이들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여 동안 대전교육청 산하 충남 보령에 위치한 학생해양수련원 측과 ‘강사 모집 협약’을 맺고, 대전에서 강사용 아르바이트생들을 모아 해당 수련원에 데려다 주곤 했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업무상 필요하다며 받아놓은 아르바이트생들의 통장을 관리하며, 시교육청에서 지급된 강사비와 교통비의 절반 이상을 수년 동안 빼돌렸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이 그렇게 빼돌린 ‘혈세’는 1억 1500만원에 달했고, 이들에게 아르바이트를 뜯긴 대학생들 대부분은 관련 자격증을 갖고 있지 않은 ‘무자격 강사’였다.

공공기관인 시교육청이 운영하는 수련원에서 5년 동안 무자격 교관들을 고용해 해양활동 프로그램 등 청소년수련활동을 진행해오다 어이 없는 ‘횡령’사건까지 벌어진 것이다.

지난해 충남 태안에서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설 해병대캠프 참사도 무자격 아르바이트생 교관들을 고용해 해양수련활동을 진행하다가 발생한 사건이다.

이후 사설 청소년수련시설의 ‘안전불감증’이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돼 정부가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선바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직접 운영하는 수련원에서조차 무자격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학생수련활동을 진행해 온 정황이 경찰 수사로 드러나면서, ‘학생 안전을 강화해 제도를 정비했다’는 당국의 발표가 무색해진 상황. 이런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교육당국의 안일한 태도뿐만 아니라 현행 제도의 허점 탓이 크다.

청소년활동진흥법 제16조는 수련시설 설치·운영자는 수련시설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청소년단체에 그 운영을 위탁할 수 있고, 해당 단체에 위탁된 수련시설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번 대전교육청 산하 학생수련원이 강사 모집을 떠넘긴 단체 역시 법적으론 별 문제 없이 수련시설 위탁·운영을 할 수 있는 청소년단체였다.

심지어 관련법은 일정 규모 이상이거나 위험도가 높은 수련활동을 진행하더라도 청소년단체가 회원인 학생을 대상으로 수련활동을 실시한다면 강사의 자격 등을 포함해 그 수련 프로그램에 대한 전반적인 사안을 인증위원회로부터 검토받지 않아도 된다며 여지를 주고 있다.

결국 돈벌이 목적이 아닌 공공기관이 업무협조라는 구색만 갖춰 청소년단체에 일을 맡기면 강사의 자격이나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사전 검토 없이도 얼마든지 해양훈련 등을 실시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무자격 강사 부분 등 학생 안전에 있어 문제의 소지가 상당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수련원이 사설이 아닌 공익 목적의 공공시설이라 현행법상 해당 부분을 규제할만한 근거가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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