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은 희
청주시 상생협력담당관실 주무관

최근 금요일 밤마다 나의 시선을 끄는 한 프로그램이 있다. 20년지기로 평균나이 44살, 남자셋의 여행기를 다룬 ‘꽃보다 청춘’이다. 예전부터 열렬히 좋아했던 가수는 아니지만 꾸준히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이삼십대를 보냈기에 윤상, 유희열, 이적, 이 세사람의 TV출연만으로도 반가울 따름이었다.

아무런 준비없이 떠난 ‘페루’라는 낯선곳으로의 여행기를 보면서 그들의 전혀 꾸미지 않은 소박한 모습을 볼수 있어서 좋았고, 혼자가 아닌 함께라 더 행복해 보이는 모습에 나 또한 절로 동화되어 갔다.

예민한 배변활동으로 힘들어 하는 윤상을 위해 동생들은 화장실을 갖춘 숙소를 찾기위해 고군분투 했고, 페루 나스카의 경비행기 투어를 앞두고 멀미로 타지 않겠다는 윤상을 설득하는 과정, 마추픽추를 보기위해 해발 4000m에 위치한 쿠스코로 가는 도중 고산병으로 힘들어 하는 윤상을 위해 늦은밤 따뜻한 커피한잔을 사오는 장면, 길거리에서 직접 맛보고 맛있는 꼬치구이를 산 뒤 기쁜 마음으로 달려와 형과 함께 하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그 속에는 사소하지만 서로를 진심으로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고 그런 마음을 느낄 수 있었기에 그들은 함께 마지막 여행지인 마추픽추를 웃으면서 오를 수 있게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진심어린 ‘배려’가 없었더라면, 뒤처지는 사람을 생각지 않고 독단적으로 이끌어가는 여행을 지속했더라면 과연 함께 웃으면서 마추픽추까지 오를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페루에서의 9박 10일간 여정 속에서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었던건 혼자가 아니라 함께였기에, 또한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와카치나 사막에서 어린아이처럼 신나게 샌드보딩을 마치고 태양의 일몰을 보면서 환희와 감동에 젖는 시간이 있었다. “해가 그렇게 빨리 지는지 몰랐다. 해가 지는것을 보면서 모든 것이 빨리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라고 말한다. 나 또한 나의 20대, 30대가 이렇게 빨리 지나갈지 몰랐다. 길다면 길고, 지는 태양처럼 어떻게 생각하면 짧을 수도 있는 우리의 삶, 우리는 나름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앞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혼자서 간다면 물론 빨리는 갈수 있을지 모르나 가는길은 너무나도 외롭고 목표를 이뤘다고 하더라도 그 희열은 순간에만 그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누군가와 함께 가다보면 다른 사람 때문에 자기가 힘들때도 있고, 자기가 조금만 욕심을 부리면 모든 것을 독차지 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때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서로를 배려하면서 함께 간다면 인생이라는 험난한 여정을 조금이나마 행복하게 여행 할 수 있지 않을까? 당분간 난 그들 세명이 보여준 감동을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이제 현실로 돌아와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청주시’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옛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되어 ‘통합 청주시’의 긴 여정이 시작 되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된 지금, 더 많은 갈등과 돌발 상황으로 험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로 진심으로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함께 간다면 더 큰 청주시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은 ‘꽃보다 청춘’에 나온 토이의 노래 ‘좋은 사람’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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