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동 규
충남도 환경정책과장

인도의 성자 간디는 물레를 돌리며 생각했다. 많은 국민들이 스스로 옷을 지어 입는다면 영국의 방직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당시, 면직기 발명을 기회 삼아 산업혁명을 이룬 영국은 그 여세로 인도를 식민지배하고 있었는데, 간디는 무폭력 저항운동으로서 수공옷감 입기를 장려하는'카디(Khadi) 운동'을 전개한 것이다. 슈마허가 말한'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의 개념은 이렇게 태동됐다.

처음 '중간기술'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이 기술은 소외되거나 빈곤한 계층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인간적이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가급적 가공을 하지 않으니 환경 친화적이다. 인류와 지구의 존재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미래지향적이다. 현대사회의 빈부 격차를 해소하고 환경복지를 구현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서 그것은 철학적이다. 실제로 아프리카에 보급된 생명빨대(life straw)는 오염된 물을 끓이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이동정수기로서 작은 것으로 수많은 생명을 구한 휴머니티 적정기술의 대표적 사례다.

우리 충남도가 바로 이러한 적정기술을 전국에 보급시키기 위해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이의 확산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이는 '정부3.0'패러다임을 기조로 온실가스 감축과 3농 혁신을 함께 실현하기 위한 시책으로서 도민의 행복 충만한 생태적 삶의 공간을 조성하는 '나눔의 대안기술' 보급을 의미한다.

사업은 올해부터 시작해 연차적으로 하되, 우리 지역에 맞는 충남형 적정기술을 개발하고 수요자 중심의 지역공동체 조성을 지원하면서 주민 참여를 통한 나눔의 가치를 확산하는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여기서 '충남형' 적정기술이란, 평야와 해안이 공존하는 충남의 지리적 특성에 적합하고 이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취약계층과 농어민들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그것은 투박하지만 따뜻함을 안겨주고, 거칠지만 편안함을 느끼게 해 준다.

우선 올해에는 충남발전연구원과 충남녹색성장 포럼과 협업해 국내외 사례에 대한 연구를 통해 우리 지역에 맞는 기술을 발굴해 낼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활발한 조사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오는 10월에는 일반인들이 적정기술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전시회와 워크숍도 개최할 생각이다. 또 교육을 겸한 시범사업으로서 농촌에서 어렵게 사시는 분들의 노후주택 단열공사를 볏짚압축보드(다다미)를 활용한 적정기술로 시공할 계획이다.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내년에는 인적·물적 자원 네트워크의 구심점 역할을 할 이른바 '적정기술센터'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곳은 교육·전시·체험·제작 등이 함께 이루어짐으로써 그야말로 적정기술의 온전한 보금자리가 될 것이다. 이 밖에도 수요자 중심의 지역공동체 및 창업기반 조성을 위해 협동조합 연합회를 적극 지원해 지역발전 기제로 활용하는 한편 광덕산 환경교육센터·농업기술원 등에서 관련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코자 한다.

이 사업은 '환경·경제·사회'가 조화된 지속가능 발전을 도모하고 지역민들에 의해 만들어진 소비재가 지역에서 소비되는 순환적 생태공간을 창출하면서 아름다운 자연 속의 행복한 농촌 건설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작은 불편을 감수함으로써 지켜낸 청정한 자연의 모습이 우리를 얼마나 행복하게 해주는지를 많은 사람들이 깨닫게 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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