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영어 절대평가 검토에 교육계 혼란
절대평가로 영어 변별력 약해져
상대적으로 수학 영향력 커질듯
“교육현장 여론수렴 정책 결정을”

교육부가 대학 수학능력시험 영어영역에 절대평가 방식 도입 계획을 밝히면서 일선 교육현장에서 수학 등 다른 과목의 영향력만 높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수능 영어의 절대평가 도입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큰 방향으로 잡아가는 중”이라며 “과도한 사교육 시장과 수십 년에 걸친 영어 투자가 무슨 결실을 내고 무엇을 위한 것인가에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시기는 ‘대학입학전형 3년 예고제’에 따라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수능을 치르는 2017년부터 적용이 점쳐지고 있다.

교육부의 수능 영어 절대평가제는 사교육비 경감과 영어교육의 정상화, 수험생의 학습부담 완화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는 교육부의 정책 기조인 ‘쉬운 수능 영어’를 이어가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영어 사교육 시장이 작아지는 만큼 국어·수학·탐구영역의 사교육 시장이 커지는 이른바 ‘풍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이과 학생들이 입시 관문을 통과하려면 수학의 영향력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절대평가 방식이 도입돼 수능 영어의 변별력이 약해지면, 각 대학이 영어 면접·논술 등 지원자의 영어 실력을 평가할 별도의 방법을 시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이 지난 5월 대전지역 사교육절감형 20개 학교 학생 2215명(중학생 942명·고교생 1273명)을 대상으로 한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가 높은 과목은 영어, 고교생은 국어·수학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수능 영어에 절대평가제를 도입하면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수학에도 절대평가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 중학교 교사는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국어와 수학 등 타 과목에 매달릴 것”이라며 “대학에서도 수학 등의 성적에 변별력이 있는 우수학생을 선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시업체 관계자는 “올해 수능에서 처음 도입한 영어 수준별 평가가 1년 만에 폐지된데 이어 또다시 절대평가 도입 입장을 밝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정부는 교육현장의 여론을 광범위하게 수렴해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규 기자 h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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