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 청주시 땅 밑은 안전한가
청주 대규모 지하시설 없어
대부분 노후 하수관서 비롯
도면 등 자료 없어 … 추측만
콘트롤타워·관련부서 없어
위치아닌 발생건수만 집계
시민 안전차원서 접근해야

지하철 등 대규모 지하시설이 없는 청주에서의 싱크홀은 대부분 노후 하수관에서 비롯된다.

28일 청주시에 따르면 청주시에 설치된 하수관의 총 연장은 1675㎞이다. 하수관의 내구연한은 통상 20년으로 보는데 준공 후 10~19년 사이의 하수관이 654㎞다.

내구연한이 지난 20~29년 된 하수관은 686㎞에 달한다. 문제는 준공후 30년 이상 된 노후 하수관으로 이에 대한 자료는 없다. 당시의 설계도면 등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30년 이상된 노후 하수관은 300여㎞에 달할 것이라는 추측만 나오고 있다.

청주시는 하수도 시설물 전산화 작업을 진행 중인데 30여년 이상의 노후 하수관은 관련 자료가 없어 전산화가 되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 청원구 교서로에서 발생한 싱크홀의 노후 하수관도 전산화 되지 않았다. 언제 가라앉을지 모르는 약 300㎞ 노후 하수관이 파악도 안 된채 땅 속에 묻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청주시의 대응은 고질적인 행정기관의 병폐를 보여 주고 있다. 콘트롤타워 부재와 부서간 칸막이다.

싱크홀의 원인은 노후 하수관이지만 그 증상은 도로나 인도 등 지상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관련 부서가 다르다. 어느 부서도 ‘우리가 담당’이라고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총괄 역할을 할 콘트롤타워도 없지만 부서간 자료 공유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포트홀 혹은 싱크홀이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구간은 하수관에 대한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상이 아닌 지하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로 관리 부서에서 포트홀이나 싱크홀에 대한 정보를 하수 관리 부서와 공유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축적된 데이터도 사실상 의미가 없다. 포트홀이나 싱크홀 발생 위치가 아닌 발생건수만 집계됐기 때문이다. 단순히 늘고 줄어든 것만 파악할 수 있을 뿐 어느 구간에 집중됐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노후 하수관에 대한 청주시의 접근 방식을 달리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노후 하수관 교체 공사는 당장 눈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예산 우선 순위에서 뒤로 밀릴 수 밖에 없다. 청주시는 각 구청에서 CCTV가 설치된 로봇을 이용해 하수관을 조사한 후 문제가 있는 곳은 다음 해에 예산을 확보해 교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노후 하수관은 로봇이 접근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게 현장인력의 목소리다. 하수관의 이음새가 맞지 않거나 하수관을 관통해 다른 배관을 설치한 경우 등 예상못한 난관이 속출한다는 것이다. 당장 눈으로 위험이 확인이 안 되니 예산 부서에서도 충분한 교체비용을 반영해 주지 않고 있다.

따라서 싱크홀로 인한 인명, 재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노후 하수관에 대한 접근을 시설 보수 차원이 아닌 시민의 안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끝>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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