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지사, 도의회 의장단·상임위원장단 초청 간담회 … 뒷말 무성

이시종(67) 충북지사가 지난 25일 도의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을 초청해 가진 조찬간담회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통상적으로 상임위별 담당 실·국장들이 의원들에게 도정 현안을 설명하지만 이 지사는 이례적으로 직접 나섰다.

이언구(59) 도의회 의장은 조찬간담회 다음날인 26일 기자들과 만나 “갑을의 관계, 통보의 관계였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 지사가 직접 소통에 나선 것을 두고는 “실·국장들은 일을 안 하고 지사 혼자 허우적대는 것 같다”고 깎아내렸다.

특히 이 지사가 현안 설명 후 안전행정부 장관과의 면담을 이유로 먼저 자리를 뜨면서 이날 간담회 분위기는 더 냉랭해졌다. 기대했던 도의원 재량사업비에 대한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간담회에서 도의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의 실망감은 새누리당 충북도당으로 전파됐다. 의장·부의장과 상임위원장들은 전원 새누리당 소속이다.

새누리당 충북도당은 지난 27일 조찬간담회와 관련한 성명을 내고 “소통보다는 명분찾기에 급급한 회동”이라고 평가했다. 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간담회를 연 것은 명분을 찾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며 “보다 진정성있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충북도는 항공기정비단지(MRO) 사업, 오송바이오엑스포 등 현안 예산 확보를 위해 추경예산을 편성하고 있는데 재원이 넉넉하지 못해 재량사업비 편성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더구나 이미 올해 재량사업비로 105억원을 지급해 도의회의 요구대로 의원당 2억원씩 추가 지급한다면 총 167억원을 지출하는 셈이라 충북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보통 주민숙원사업 명목으로 쓰이는 재량사업비는 도의원들이 표밭을 관리하기 위해 선심성으로 쓰인다는 비판을 듣고 있지만 도의회는 집행부가 미처 챙기지 못한 민생 사각지대를 돌보는 의미를 강조한다.

그러나 이같은 취지를 살리려면 집행부와 신경전을 벌이기 전에 새누리당의 의회직 독식으로 비롯된 여·야 갈등으로 두달 가까이 겪어온 불화를 먼저 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도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해 도정을 올바르게 이끄는 역할을 하려면 도의원 모두의 힘을 모아야 한다”며 “21명의 새누리당 의원이 10명의 새정치연합 의원들을 끌어안아야 재량사업비 뿐만 아니라 전체 추경예산 편성에서도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용민 기자 lympu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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