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기관 형사 고발 예정 … 경쟁 장호원 지역과는 ‘원수’ 돼

충북 음성군 감곡면 주민들이 단단히 뿔났다. 농번기가 한창이지만 쟁기를 놓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이웃 장호원읍과는 상종도 안하겠단다. 장호원 주민들의 입김 탓에 철도역사 위치가 변경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호원 상품 불매운동을 열고 장날까지 바꾸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애초 감곡면에 건설하기로 했던 중부내륙선 철도 112역사를 경기 이천시 장호원읍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 감곡면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28일 중부내륙철도 감곡역사비상대책위원회는 충북도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월30일 주민설명회 때만 해도 역사 이전은 없을 것이라던 철도시설공단이 석달만에 돌변했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감곡역을 사수해 낼 것”이라고 밝혔다.

경명현(63) 비대위원장은 “철도시설공단 관계자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의 지시로 역사 위치 변경이 추진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당초 계획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게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적폐요 비정상”이라고 지적했다.

경 위원장은 이어 국토 제4차종합개발 중부내륙철도사업을 인지한 2003년 7월부터 이 계획의 추진상황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감곡역사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비대위측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주민설명회까지 국토부의 철도사업 계획에 이 역사가 ‘감곡’ 또는 ‘감곡(장호원)’으로 나온다.2010년 10월 당시 국토해양부의 노반 기본설계 요약보고서 노선계획은 사업 위치로 부발~감곡간 1구간과 감곡~충주간 2구간으로 표기됐다.

경 위원장은 “우리 쪽에는 아무런 얘기도 없이 지난 7월 18일 장호원 읍사무소에서 장호원읍 노탑리 지역이 포함된 역사 위치 변경안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갑작스런 태도 변화도 문제지만 노탑리 지역은 교량 등 신설이 필요해 수백억원의 예산이 더 들어가고 지반이 약해 역사로는 부적합하다. 이용객 수요 조사에서 대학생 1만 1000명이 제외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극동대 총학생회도 “4500여명의 학생과 교직원 대부분이 수도권에서 통학하는데 정부의 설계안은 이들을 무시하고 있다. 잘못된 국가정책을 더는 방관할 수 없다는 게 학생들의 여론”이라며 이날 기자회견에 동참했다.

비대위측은 국토교통부의 지시가 있었다는 철도시설공단 관계자의 증언 녹취를 바탕으로 국민감사 청구, 철도시설공단과 국토교통부 형사고발, 규탄시위 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용민 기자 lympus@cctoday.co.kr

음성=최윤호 기자 yhchoi@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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