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김영수 충남도농업기술원장

아직 완연하지는 않지만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절기의 흐름을 느끼게 하는 가을이다. 어찌 보면 가장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 가을 아닌가 싶다. 적당한 날씨도 그러려니와 수확의 계절이 주는 여유와 충만한 감성도 한 몫 할 것이다.

그렇다면 여행을 풍요롭게 하는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 지역만의 독특한 맛과 정서를 느낄 수 있는 향토음식 일게다.

향토음식이란 그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그 지역에서 고유하게 전승되어 온 비법으로 조리하거나 그 지역의 문화적 행사를 통해서 발달된 음식을 말한다. 즉 불특정 다수에 의해 그 고장의 특유한 식습관, 재료, 조리비법 등이 함축되어 강한 지역적 특성을 가지므로 그 나라 또는 그 지역을 이해하는 가장 빠른 핵심 키워드이다.

이에 충남농업기술원에서는 2009년부터 ‘충남향토음식명품화’ 사업을 통해 우리도의 지역 특색음식이나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가풍 내림음식 중에서 상품화가 쉽고 일반인에게 널리 보급할 수 있는 향토음식을 적극 발굴, 확산 보급하고 있다.

충남은 예로부터 한반도의 중심에 위치하면서 비옥하고 너른 평야와 하천, 세계적인 가치를 인정받는 생태의 보고인 서해안 갯벌 등 다양하고 풍부한 식재료로 인해 음식문화가 발달해 온 곳이다. 여유와 풍류를 즐길 줄 알며 소박하고 꾸밈이 없는 충남인의 모습은 음식에도 고스란히 나타나 양념을 적게 사용해 재료 본래의 맛을 충분히 살리고 양이 넉넉한 편이다.

또한 다양한 발효음식문화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장류라 하겠다. 퉁퉁장(청국장)과 빠금장, 보리등겨장, 강된장과 막장, 집장 등 아주 다양한 장을 담가 먹었으며 각 지역의 특산물을 접목한 한과류(생강한과, 인삼한과, 구기자한과 등)와 엿, 감주류도 발달했다. 국가지정문화재 3대 전통주중 하나인 당진의 면천두견주와 청양의 구기주, 금산의 인삼주, 아산 연엽주 등 다양한 가양주 문화가 전해져 오고 있으며, 서천의 한산소곡주는 가히 술익는 마을이라 할 만큼 동자북 마을의 명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갯벌음식들이 다양해 천북굴밥, 간월도 어리굴젓, 서천의 박대묵, 당진의 박속 낙지탕 등 지역의 식재료 특성이 잘 나타난 음식 들 뿐 아니라 서산, 태안의 우럭젓국 찌개나 게국지처럼 지역의 문화적 특성이 담긴 향토음식들도 많다. 같은 무청을 활용한 김치라도 천안이나 공주처럼 내륙지방에서는 진잎김치라해 물김치로, 당진에서는 짠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꺼먹지로 음식을 해 먹어왔다.

최근 ‘음식관광’이라 하여 음식자체가 관광의 목적이 되어 그 지역만의 독특한 먹을거리를 찾는 여행객들이 늘고 있다. 특히 쾌적한 자연환경과 우리의 전통적 문화가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는 농촌은 몸과 마음을 힐링해 줄 수 있는 공간으로 농촌에서의 향토음식의 발굴, 상품화는 지역특산물의 가치를 높이고 소비를 촉진시키는 시너지 효과로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이라 하겠다.

향토음식을 관광자원화 하기 위한 기본은 지역의 우수한 식재료와 특산물에 기반을 둬야 하며,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눈을 길러 우리 음식의 차별화된 점을 찾고 지역의 자연환경, 역사, 문화와 이야기를 엮어 내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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