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명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기에” “전 재산 팔아 20년 중고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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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명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기에” “전 재산 팔아 20년 중고제 연구”
  • 손근선 기자
  • 승인 2014년 08월 27일 20시 30분
  • 지면게재일 2014년 08월 28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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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의 고장은 충청도다
충청도 문화 유산을 지키자
국악음반박물관장 노재명씨
국보급 송만갑 농부가 소장
서울있던 아파트 팔아 구입
자연을 닮은 고풍스런 소리
   
▲ 노재명 국악음반박물관장은 최근 충청투데이와 인터뷰에서 “판소리 중고제는 우리(충청도)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말했다. 손근선 기자

노재명(46) 씨는 '국립'도 아닌 국악음반박물관장이다. 그는 경기도 양평의 한 시골마을 2층짜리 건물에서 생활하면서 1층을 사무실 겸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가 국악 관련 음반을 모으고 있다고 들었을 때 '그저 국악에 관심있는 사람이 수집한 작은 박물관' 쯤으로 생각했다.

첫 인상도 전문적인 광대, 즉 소리꾼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박물관에서 국보급 판소리인 '유성기 음반'을 보고 깜짝 놀랐다. 1907~1908년 사이 녹음된 것으로 알려진 근대 오명창(五名唱)으로 꼽힌 국창 '송만갑(1865~1939)의 농부가' 음반을 소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음반은 판소리 역사상 최초의 녹음 음반이면서 송만갑 명창의 첫 녹음 음반이다. 가격으로 볼 때 수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관장은 "10여년 전 서울 아파트를 팔고 구입했다”며 "당시 서울의 아파트 가격을 생각하면 음반 가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그의 박물관에는 송만갑 농부가 음반 뿐 만 아니라 소리꾼의 손 떼가 묻은 판소리 북(소리북) 등 국악과 관련된 고가의 희귀 앨범들로 가득하다. 특히 2000년대 초반 전라도 광주지역에서 구입한 판소리 북은 청주시민들의 시선을 끄는데 충분했다.

‘판소리가 전라도 에서 성행했다'는 국악계의 정설을 깬 소리북이다. 이 소리북 하나로 충북이 판소리 불모지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제작 연도는 정확하지 않지만 1931~1946년 사이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판소리 북 중앙에는 '충청북도 청주군 청주읍 박행충 소리북'이라고 적혀 있었다.

노 관장은 국악음반박물관장이면서 국악계에서 알아주는 '국악 학자'다. 전라도에서 불리고 있는 판소리 동·서편제는 물론 우리나라 민속음악이나 산조, 궁중음악인 정악 등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특히 그가 수십년 간 연구한 음악은 '충청도의 중고제'다. 국악을 연구한 30여년 중 20년을 중고제에 매달렸다.

그가 말하는 중고제는 무엇일까. 노 관장은 한마디로 '자연을 닮은 소리, 고풍스런 음악, 자연스럽지만 인위적이지 않은 소리'라고 소개한 뒤 "충청도 사람들의 심성과 매우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가 중고제에 목을 맨 까닭은 매우 단순하다. 충청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의 고향은 충남 보령이다.외가 역시 충남 공주다. 학창 시절 그는 우연한 기회에 판소리를 접하게 됐고, 동·서편제와 중고제 등 판소리 유파를 알게 됐다. 그런데 고교시절 판소리의 큰 물줄기가 중고제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그는 전국을 돌며 중고제와 관련된 각종 서적이나 음반 등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는 20년 동안 기록한 중고제의 역사를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가 기록한 서적은 2013년 대한민국 우수학술 도서로 선정된 '중고제 판소리 흔적을 찾아서'다. 그는 "중고제는 충청도 사람들의 슬픔과 기쁨 등을 모두 간직하고 있는 우리(충청도)의 문화"라며 "충청도 사람이 우리의 문화를 외면하고 다른 지역 문화를 따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중고제에 흠뻑 빠진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전 재산을 팔고, 30년 넘게 중고제 연구에 매달린 것은 단 하나다. 우리(충청도)의 소중한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국악음반박물관에는 국악 음반 6만 3000여점과 세계 민속음악으로 가득하다. 그는 이 음반을 전세계 100여개 나라에서 누구나 감상할 수 있도록 인터넷으로 모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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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근선 기자 kk55son@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