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 친일파 묻힌 대전현충원
(중) 현충원에 묻힐 친일파
백선엽·김창규·박원석 씨
친일불구 사후 안장 예정
“이들 숭배하라는 말인가”

국립대전현충원과 ‘친일파’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미 안장된 친일파에 대한 ‘이장 문제’도 큰 논쟁이지만 현재 생존해 있는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의 국립묘지 안장이 예정돼 있어 이들의 사망과 동시에 이 논란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20일 대전현충원, 민족문제연구소, 학계 등에 따르면 명확한 수는 아직까지 파악할 수 없지만 친일파의 현충원 안장은 현행법상 제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통설이다.

현재로서 현충원 안장 가능성이 높다고 거론되는 인사들은 백선엽(전 연합참모본부 의장) 씨와 김창규(전 공군참모총장) 씨, 박원석(전 공군참모총장) 씨 등 군경력자 3명이다.

민족문제연구소 측은 이 밖에도 각 계층의 생존 친일 경력자가 적지 않아 ‘얼마든지 추가 인사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들 중 가장 격렬한 논쟁을 부르고 있는 이는 단연 백선엽 씨. 그는 한국전쟁 중 최초로 평양에 입성한 지휘관이자 다부동 전투 등 굵직한 싸움을 승전으로 이끈 소위 ‘전쟁영웅’이다.

1960년까지 이어진 군 경력에 이어 교통부 장관(1969~1971), 국영기업체 사장 등 공직을 거친 유명인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간도특설대(조선인이 다수 포함된 팔로군 및 동북항일연군에 대항하기 위한 만주국군 부대)에 복무하는 등 전형적인 친일행적을 보였다.

그 역시 최근 저서인 ‘조국이 없으면 나도 없다’를 비롯해 각종 저서에서 간도특설대 근무를 인정하고 있는 상황. 이에 따라 2009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자진상규명위원회’에서도 ‘항일무장 세력에 대한 탄압활동과 일제의 침략전쟁에 협력했다’는 점을 인정, 반민족행위자로 규정한 인물이다.

나라를 위한 공적에 대한 자료도 일부 있지만 그에 앞서 절대 무시 할 수 없는 친일배국행위를 실행에 옮긴 인물인 셈이다. 문제는 이런 백 씨가 국립묘지법 중 ‘장관급(將官級) 장교 또는 20년 이상 군에 복무한 사람을 안장 대상자로 둔다’는 조항 등에 따라 현충원 안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들과 관련해 시민사회계, 독립유공자 및 이들의 유족들은 친일행적자의 현충원 안장에 명백한 반대입장을 표하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운영위원장이기도 한 배재대학교 이규봉 교수는 “백 씨 같은 친일파를 현충원에 안장하면 이들을 존경하고 숭배하라는 뜻 아니겠느냐”며 “실제 애국지사 중 현충원에 묻히길 원치 않는 분도 많다”고 강조했다.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은 애국지사 고(故) 김해인 선생의 유족 김영진(60·서구 탄방동) 씨는 “대전현충원의 경우 김구 선생의 아들인 김인 선생이 자신의 아버지 암살에 관여했다고 여겨지는 친일파 김창룡 씨와 같은 땅에 묻혀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금의 오점도 심각한데 더 많은 친일파들이 들어온다면 어떻게 현충원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김영준 기자 kyj8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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