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
문경원 대전발전연구원 도시재생지원센터장

대전 원도심 지역은 대전의 역사를 이끌어온 상업과 번영의 1번지이자, 다양한 문화를 생성시킨 집적지이다. 둔산 신시가지가 형성되기 전인 1980년대 초를 회상해 보자.

대전역을 중심으로 펼쳐진 양 가로변에는 종묘상과 철물·기계공구류 상점이 줄지어 있었고, 매일 역 주변으로 금산과 옥천 등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각종 특산물을 판매하는 새벽시장이 형성됐다. 중앙시장을 비롯한 중앙로 주변에는 귀금속상점과 한복집, 각종 한약건재상이 즐비해 대전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댔다.

지금은 사라진 홍명상가와 중앙데파트, 목척교는 만남의 광장으로서 대전의 랜드마크로 유명세를 떨쳤다. 패션관련 상점과 레스토랑이 줄 지어 있던 대전극장 통에는 젊은이들이 붐볐으며, 은행동 건너편 선화동지역에는 퇴근한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맛집들이 인기를 끌었다.

옛 충남도청 인근에는 숙박시설과 고급 음식점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으며, 지금의 중구청 인근에는 도장, 인쇄업, 표구점들과 전화 등 통신 기구를 판매하는 상점들이 성업 중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와 시청과 법원, 세무서 등 행정기관들이 신시가지로 자리를 옮기고 지난해 충남도청마저 내포 신도시로 이전하자 원도심은 공동화라는 격랑 속에 상권이 위축되고 도시 발전이 정체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대전시는 이러한 현상을 타개하고자 원도심 활성화를 시정의 주요 과제로 설정하고 전통과 문화가 살아 있는 원도심 특화지역을 복원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중부캠퍼스 유치 추진과 시민이 공감하고 과학과 문화예술, 일자리가 함께 어우러진 도심 재생사업 전개 등 다각적인 정책을 펼쳐나가고 있다.

첫째, 가고 싶고, 걷고 싶은 원도심 만들기이다. 도로 공간의 효율적인 활용을 통해 보행자와 자전거가 공존하는 원도심을 구축한다. 자동차의 교통수요를 배려하면서 휴일 동안은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가 쾌적하게 원도심을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이를 위해 유니버설 디자인을 바탕으로 도시환경을 정비해 원도심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환대를 받는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둘째, 활기차게 교류하는 원도심 만들기이다. 공공 공간을 활용해 오픈 카페나 이벤트, 벼룩시장 등을 정기적으로 열고, 대전천을 중심으로 자연친화적인 수변공간을 형성해 사람들이 모이고 즐기는 도심의 기능을 향상시킨다. 또한 원도심 지역에 산재돼 있는 문화적인 정취를 기반으로 예술문화를 창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지역의 특화성을 강조한 문화예술 이벤트를 개최해 대전문화 둥지로서의 역할을 강화한다.

셋째, 기분 좋은 원도심 만들기이다. 시민 자원봉사를 활성화해 청결한 도로와 교통 환경을 유지하고 쌈지공원과 녹색 산책길을 조성해 치유와 재생의 힐링 공간을 형성한다. 옛 충남도청의 담장을 허물어 시민들과의 소통과 접근성을 높이고 대전을 대표하는 역사·문화·교육·휴식공간이 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

넷째, 살기 좋은 원도심 만들기이다. 단독, 고령자, 젊은 세대 등 다양한 생활양식에 대응해 누구라도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거주환경을 건설한다. 일터, 쉼터, 배움터, 놀이터의 기능을 고루 갖춘 살기 좋은 도심을 만들어 간다.

대전시가 역점을 둬 추진하고 있는 원도심 르네상스의 초점은 무엇보다도 사람 중심의 도시발전이라는 비전에 맞춰져 있다. 원도심 활성화는 대전 번영 1번지로서의 영화를 되찾는 작업이자, 대전 발전의 새로운 미래를 약속하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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