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추정 쉼터 화재 쉬쉬
불탄 나무데크·벤치 철거
신고 없이 사건무마 급급

대전시가 시청사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는데도 경찰과 소방당국에 알리지 않고 쉬쉬한 것으로 드러나 청사 보안·관리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냈다.

4일 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6시경 시청 남문 1층 매점 앞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시민들의 쉼터로 조성된 나무 데크 등이 그을음으로 손상됐다.

당시 사고 현상을 목격한 청사 경비대 관계자는 “6시경 불이 난 것을 목격했을 때는 불이 스스로 꺼져가던 상황이었고, 재빨리 자체 진화했다”며 “5시에 순찰할 당시 별일 없었기 때문에 6시 전후로 누군가 불을 지르고 도망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고 현장의 데크는 주변 것까지 모두 철거된 상황.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불이 난 곳이 손바닥 2개 크기로 시커멓게 탔다”며 “일부만 보수를 하려다 앞으로 시청사 주변 정비 사업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예산낭비의 소지가 있고, 추가 방화 가능성도 우려돼 해당 장소의 나무 데크와 벤치 등을 모두 철거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들 모두 누군가에 의한 방화를 의심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작 시 측은 방화범을 잡을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이런 사실을 경찰을 비롯 시 산하 소방본부에도 알리지 않고 ‘쉬쉬’하고 있다.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최근 대전시청 내에서 발생한 화재로 접수된 사고는 전혀 없다”며 해당 사실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청사 내부에서 방화 사건이 벌어졌지만 용의자를 검거해 추가 사고를 막을 생각보다는 사안을 조용히 마무리하는데 급급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뚫려있는 공간이니 시민들이 오고 가다 방화를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해당 구역에 CCTV가 없어서 어차피 범인을 잡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소방이나 경찰 당국에 신고하진 않았다”며 “해당 나무 데크를 아예 철수한 만큼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