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검거보도자료 ‘세세’
언론 무분별한 보도 관행
전문가 “갱생여지 주어야”

#1 얼마 전 원룸 건물에 들어가 옥상에 널려 있는 옷을 훔친 A 군은 특수절도 피의자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그의 피의사실을 언론에 공표한 경찰의 검거 보도자료에는 10대 초반인 그의 성과 나이, 범행 장소, 그의 직업까지 적혀 있었다.

자료를 작성한 경찰은 검거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설명까지 자세하게 기재했다. 공표된 피의사실 속에 미성년자이며, 학생인 A 군은 ‘소년’으로서 권리보다 범죄자라는 사회적 낙인을 갖고, 평생을 살아야할 처지에 놓였다. 최근 경찰이 10대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도 무분별하게 피의사실을 공표하면서 인권침해 논란과 함께 미성년자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보호마저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최근 2개월 동안 대전경찰에서 언론에 배포한 검거 보도자료 34건 중 피의자가 10대인 것은 13건으로 전체의 약 38%를 차지했다.

공개된 피의사실의 내용을 살펴보면 옷이나 자전거, 차량 등을 훔친 통상적인 소년 범죄가 대부분이다. 한 경찰서 형사과에서 작성돼 배포된 침입 절도사건의 경우 10대인 피의자의 나이와 거주지, 전과 경력 등의 내용까지 기재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경찰 내부에 미성년 피의자의 피의사실 공표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19세 미만 ‘소년’의 경우 소년법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피의자를 특정할 수 있는 피의사실 공표는 물론 이에 따른 언론 보도도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고춘순 대전가정법원 소년부 판사는 “소년법은 국가 기관의 신분 조회 요청에도 응하면 안된다고 정할 정도로 소년의 비행 사실이 공개되는 것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낙인효과로 인해 소년이 향후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런 것에 비춰보면 비행의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코자 하는 공익에 부합하는 것이 아닌 이상 단순 재미나 사실 전달을 위한 소년 범죄 보도는 지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도 “이름이 A 군, B 군 등으로 처리돼도 나이와 장소 등을 포함한 사실이 공표되면 주변 사람들은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어 사실상 신분이 특정되는 결과를 낳는다.

미성년 범죄자의 경우 관련 사실을 아예 보도하지 않는 것이 좋고, 보도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지역에서 그러한 범죄가 있었다는 정도만 보도하라는 것이 우리 법원의 요구 사항이자 학계의 정설이다. 경찰과 언론 모두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논의를 통해 그동안의 관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예린 기자 floy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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