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여 세도지구 금강 한가운데에 준설선과 예인선 등 10여대가 무더기로 방치돼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4대강 사업' 당시 금강 준설에 쓰였던 장비로 작업이 끝난 지 이미 한참이 지났지만 이들 폐선은 여전히 강물에 떠있는 실정이다. 준설작업에 투입된 장비는 4대강 사업 준공과 동시에 철수해야했으나 선주들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금강의 미관저해는 물론 수질오염의 우려까지 낳고 있다.

당초 금강 곳곳에 흩어져 있던 폐선을 세도지구 한군데로 모으면서 이곳은 준설선의 '공동묘지'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아름다운 금강과 공동묘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4대강 사업이 종료된 지 2년째 접어들지만 아직까지 폐선이 금강위에 떠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폐선을 한군데에 모아 놓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10여대나 되는 폐선이 장기간 물에 떠있을 경우 수질에 악영향을 끼칠 건 뻔하다. 폐선에서 연료는 빼냈다고 하나 소량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한다. 이 연료가 언제 강물을 오염시킬지 모른다. 그러잖아도 금강에서는 준설선에 의한 기름유출 사고가 몇 차례 있었다. 일부 폐선은 겉면이 녹슨 채 방치돼 수질오염을 야기하고 있다. 만의하나 폐선이 물에 가라앉는다면 엄청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국토관리청과 부여군 등은 선주들에게 폐선 수거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신통찮다. 준설선은 공사가 끝나면 다른 작업장으로 옮기는 게 관례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이 끝난 후로는 준설할 곳이 별로 없어 준설선의 용도가 사라진 꼴이 됐다. 폐선을 인양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찮다. 한척을 인양하는데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든다니 나몰라라 아예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물위에 떠있는 폐선을 마냥 쳐다볼 수만은 없지 않는가. 폐선 처리 대책을 조속히 강구해야 마땅하다. 당국은 폐선 즉각 인양을 다시 한 번 선주들에게 강력 요청하기 바란다. 더 이상 지체할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치우지 않는다면 당국이 처리한 뒤 그 비용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다. 토목사업은 마무리가 중요하다. 금강 폐선은 깔끔하지 못한 일처리의 단면을 보는 듯 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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