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김 희 원
수출입은행 대전충남지역본부장

한·ASEAN(이하 '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25주년을 기념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이 오는 12월 개최된다. 1967년 '아세안선언'에 따라 창설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인 아세안은 이제 인구 6억명, 총 GDP 2조 3100억 달러, 교역규모 2조 4700억달러의 지역협력체로 발전했다.

'세계의 공장'으로 각광받던 중국이 지속적인 인건비 상승, 단순 노동집약적 산업에 대한 정책 지원 축소 등으로 인해 투자 대상국으로서의 매력이 감소함에 따라, 많은 국내기업들이 중국의 대체투자지로 아세안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충청지역의 기업들 또한 예외는 아니다.

제1차 한·아세안 정상회의가 있은 이듬해인 1998년 충청지역 기업의 해외직접투자금액 중 아세안 국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4.3%에 불과했으나, 2013년에는 그 비중이 27.4%로 증가해 중국에 이은 2대 투자대상처가 됐다.

단일 국가 단위로 보아도 3위 베트남, 4위 말레이시아, 6위 인도네시아, 9위 싱가포르 등 아세안 국가 중 4개 국가가 2013년 충청지역 기업의 해외직접투자 대상국 10위권 안에 드는 등 아세안은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 투자대상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인기에도 불구하고 아세안 지역에 진출한 많은 국내기업들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세안에 진출한 우리기업의 영업이익율은 2009년 9.5%에서 2012년 5.1%로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를 반영하듯 아세안에 대한 우리기업의 투자금액도 2012년 40억 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32억 7000달러로 급감했다.

아세안에 진출한 우리기업들이 말하는 애로사항은 크게 세가지이다.

첫째는 급속한 임금상승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 증가이다. 베트남의 경우 고물가로 인해 2010년 이후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이 약 19%에 달하고 있으며,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정치적인 요소로 인해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둘째는 취약한 인프라에 따라 높은 물류비 부담이다. 싱가포르 등 일부국가를 제외한 대부분 아세안 국가들이 재정 부족으로 인프라 개발을 위한 예산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개선이 더딘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고급인력 확보의 어려움을 들 수 있다.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아세안 신흥국의 고등교육 여건은 아직 미흡한 상태이며, 타 아세안 국가들 또한 고급인력이 도시지역을 선호하고 있어 현지 진출업체가 양질의 인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외에도 환율급변, 비효율적 관세 행정, 전력 공급 불안정 등을 꼽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의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경제성장과 인구증가에 따른 시장 규모 확대, 한·아세안 FTA 전면발효에 따른 교역규모 증가 등을 감안할 때 아세안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다.

아세안에 진출해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어려운 기업 여건을 극복하고 아세안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현지사정을 감안한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제품생산, 마케팅, 인력확보 등에 있어 현지화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충청지역 기업들이 세계시장의 히든챔피언으로 성장하는데 있어 아세안 시장이 교두보가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