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 쓰인 준설·예인선 12척 2년째 방치… 부식우려
관계당국, 비싼 반출비·개인사업자 버티기 이유로 모르쇠

▲ 부여군 세도면 인근에 방치되어 있는 폐선. 사진=최예린 기자

정부·자치단체의 무관심 속에 4대강 사업에 쓰였던 장비들이 충청의 젖줄인 금강을 훼손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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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4대강 사업 당시 쓰였던 준설선과 예인선 등이 2년 넘게 방치되면서 ‘금강=폐선 공동묘지’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지만 정작 정부와 해당 업체들은 ‘돈이 없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본보 취재진이 충남 부여군 세도면 인근을 직접 방문, 취재한 결과 7척의 배가 한곳에 모여 방치돼 있는 것이 육안으로 확인됐다. 강가에 묶여 있는 배도 있었지만 일부는 강 가운데 그대로 떠 있는 채로 버려져 있었다.

7척의 배 중 5척은 4대강 사업 당시 강바닥 준설 작업을 하는 데 쓰인 ‘준설선’이고, 작은배 2척은 준설선을 움직이는 예인선.

이날 취재진과 동행한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간사는 “2012년 4대강 사업이 끝난 이후부터 지금까지 쭉 강바닥 퍼내기에 사용된 준설선이 이곳에 이런식으로 버려진 채 방치돼 있다”며 “이대로 가면 기름 유출과 함께 부식이나 악천후 등에 의한 침몰 등의 위험이 예상됨에 따라 하루 빨리 인양해야 한다고 관계 기관에 요구했지만 2년 넘도록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전국토관리청, 금강유역환경청, 충남 부여군 등에 따르면 현재 금강에 이런식으로 버려진 채 강물에 방치된 준설선은 총 12척에 이르고, 대부분은 개인 사업자 소유의 배다.

2012년 7월경에는 이렇게 방치된 준설선 중 한척에서 소량의 기름이 유출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언론의 지적이 제기된 바 있지만 그 후에도 관계 당국은 추가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점검만 진행할 뿐 실질적인 배 인양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 기관들은 4대강 사업에 쓰인 준설선을 강에 버려두고 있는 이 상황과 관련 ‘비싼 반출 비용’과 ‘개인 사업자의 버티기’ 탓으로 돌리고 있다.

4대강 사업 당시 금강 준설을 주도한 대전국토관리청 관계자는 “그동안 준설선 소유주인 사업자들에게 끊임없이 배 반출을 종용했지만 배 1척당 수천만원에서 억단위에 이르는 반출 비용을 당장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자들이 이를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배를 인양해 뭍으로 끌어올려 보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필요한데 4대강 사업이 끝난 후 준설선을 필요로 하는 대규모 공사를 국내에선 찾기 어려워 졌고, 해외에 배를 팔고 싶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것이 배 소유주들의 주장이다.

결국 4대강 사업에 참여해 돈을 번 사업자들은 하천점용허가 조차 받지 않은 채 돈벌이 수단이었던 ‘준설선’을 불법 유기하고 있고, 이들과 계약을 맺어 강바닥 준설 공사를 주도한 국토청은 사업에 따른 후속 조처의 책임을 개인 사업자에게만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부여군 한 관계자는 “사업자들을 불법 하천점용으로 고발해 행정대집행을 할지 아니면 점용허가를 내줘 반출 시한을 늘려줄 지 여부를 놓고 내부 논의 중”이라며 “국가 사업으로 진행된 결과물이라 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매우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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