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 3년 동안 충북도내 지방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 실태를 분석한 보고서가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해외연수 일정 가운데 무려 80%가 관광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본말이 완전히 전도됐다. 이쯤 되면 연수라고하기 보다는 관광이라고 해야 맞다. 문제는 충북뿐만 아니라 여타 지방의회도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라는 점이다.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에 혈세가 줄줄 새고 있다.

충북지역의 한 시민단체가 2010~2013년까지 도의회와 청주·충주·제천시의회의 해외연수 실태를 들여다보니 연수일정 중 무려 80%가 관광성으로 채워졌다고 한다. 불과 20%만 현지 공무원들과의 간담회나 기관 공식 방문이었다는 것이다. 이 기간 중 미국·캐나다로 연수를 간 모 지방의회는 나이아가라 폭포 등 유명 관광지를 보고 돌아왔다. 프랑스·이탈리아 등지를 다녀온 또 다른 지방의회도 관광성 일색이었다.

시민단체의 분석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연수인지 관광인지는 보는 관점에 따라 시각차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렇다 쳐도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가 외유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본래 목적은 뒤로한 채 관광지에서 사진촬영이나 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물론 해외연수라고 해서 '수업'으로 꽉 채울 수는 없다. 연수 중간 중간에 인근의 관광지를 둘러본다면이야 누가 탓하겠는가.

부실 해외연수를 막기 위한 장치가 마련돼 있으나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국외여행 심의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사례가 많다. 지방의원 해외연수에는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이렇게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해외연수라면 계획단계부터 연수를 다녀온 뒤 보고서 작성에 이르기까지 내실을 다져야 한다. 지역의 살림살이를 챙겨야 할 지방의회가 내 돈 들어가지 않는다고 예산을 허투루 써서는 안 될 일이다.

실태조사에 나선 시민단체는 해외연수 중 관광일정은 전체 일정의 30%로 제한하는 등의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이 수치도 많게 보일 수 있다. 6·4지방선거 후 지방의회마다 원구성을 마치고 본격 의정활동에 돌입했다. 새로 구성된 지방의회는 이번 실태조사를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 주민들은 관광이나 하라고 해외연수를 보내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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