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경 수사망을 피해 도주 행각을 벌이던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회장이 변사체로 확인됐다.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시 송치재 인근 한 매실밭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검사와 지문감식 결과 유 씨로 확인됐다고 경찰이 밝혔다. 당시 변사체를 발견하고도 유 씨 확인까지는 40일이나 걸렸다. 단순 변사 처리했던 탓이다. 우리나라 최악의 참사 원인과 그를 둘러싼 비리의 실체규명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그간 유 씨를 잡기 위해 투입한 경찰 연인원만 145만여명이다. 유씨 부자 현상금을 6억원으로 올렸고, 군 병력 동원에다 전국 반상회까지 열었지만 결과물은 그야말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지난 5월 25일 검찰이 당초 유씨 은신처로 지목, 덮쳤다가 놓쳤던 그 곳으로부터 2.5㎞ 떨어진 데서 변사체로 발견된 것이다. 허망하다. 검경의 무능에 분노하기도 지쳤다.

꼬리를 무는 의혹의 끝은 도대체 어디인가. 변사체 발견 시점이 지난달 12일이었다. 검경이 그의 마지막 행적을 확인한 게 지난 5월 25일이었으니 그 때 죽었더라도 불과 그 기간에 형체로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시신 상태가 심하게 부패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초라한 행색으로 죽음을 맞은 모습도 석연치 않다.

탐욕스런 한 기업가의 뒤틀린 행태로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할 몫이 너무나 크다. 그 자신 살아생전에 검은 돈으로 호의호식하는 사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는지 낱낱이 밝혀야 마땅하다. 그렇게 벌어들인 돈은 모조리 환수하라. 유 씨 일가와 그의 추종 세력 또한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래야 우리 사회에 진리와 정의가 살아 숨쉰다고 믿을 수 있다.

내일(24일)이 세월호 참사 발생 100일이다. 304명 희생자 중 바다에서 나오지 못한 실종자가 아직도 10명에 이른다. 세월호 참사는 진행형이다. 부패 사슬에 얽매여 국민안전까지도 도외시한 '관피아'의 폐해도 발본색원해야 한다. 참사 진상 규명 또한 시급한 과제다. 안전시스템 구축을 위한 국가혁신이 왜 이리 더딘가. 특별법 제정마저 정략적으로 대처한다. 세월호 이후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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