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하천 가로등 없어 암흑
하천변 취사·텐트설치 금지
시민들 더위 식힐 공간 없어
區·하천관리소 예산 타령만

대전지역 여름철 야간 피서지로 사랑받았던 대전천과 유등천, 갑천 등 3대 하천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기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연일 25℃를 넘나드는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지만 대전시의 탁상 행정으로 야간 조명시설이 무용지물로 전락했고, 야영이나 취사가 아닌 일반 텐트 설치까지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3대 하천변에 설치된 야간조명시설은 단 3곳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22일 대전시 하천관리사업소에 따르면 갑천의 어은교~대덕대교 1.3㎞, 가수원교~진잠천 3.7㎞ 구간, 유등천의 삼천교~둔산대교 3.5㎞ 구간에만 가로등이 설치돼 있다. 이 시설은 ‘하천변 야간조명시설 설치계획’에 따라 지난해 설치됐다.

하천관리사업소의 한 관계자는 “천변이 어둡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예산이 있어야 사업도 진행할 수 있다. 지난해에 들어서야 중장기 사업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각 천변 옆으로는 자치구 관할의 도로 및 인도가 펼쳐져 있지만 이곳의 가로등도 제 기능을 상실했다.

정부주도의 에너지절약 정책과 함께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가로등을 2기당 하나만 켜는 ‘격등’ 사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동구와 중구 등 재정상황이 열악한 자치구의 경우 매월 2억원 상당의 야간조명시설 전기요금도 버겁다는 입장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국가적인 정책으로 에너지를 절약하고 있지만 자치구 예산 부족이 더 큰 문제”라며 “평균 35m 정도 간격의 천변 가로등을 반만 운영 중”이라고 털어놨다.

지역에 따라 70~80m 간격으로 가로등 불빛이 간간히 이어지는 구간이 적지않다는 것이 구 관계자의 설명. 결국 대전의 경우 갑천과 유등천, 대전천 등 3대 하천 및 지류들이 곳곳에 뻗어 있지만 이 중 단 9㎞도 채 안 되는 구간에만 조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시의 하천변 야영·취사금지 시책도 시민들의 열대야 해소에 제동을 걸고 있다.

시는 현재 각 하천변 취사행위 및 텐트를 설치하는 등 야영행위를 금지하는 한편 이에 대한 야간·주말 단속도 실시 중이다.

하천보호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것이 행정당국의 입장이지만 ‘공인된 하천변 취사시설’이 엑스포다리 인근 공공바비큐장에 단 1곳, 캠핑 시설은 전무하다는 점에서 “시가 무작정 규제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시민들은 “호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시민들은 열대야가 있는 밤이면 인근 천변에 나와 더위를 식힐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칡흑같이 어둡고, 모기 등 벌레를 피할 수 있는 텐트 설치 마저 막은 천변을 누가 찾겠느냐”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준 기자 kyj8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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