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 속 사연]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사이(Between Scylla and Charybdis)'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쓰는 영어식 표현이다. 고사성어로는 중국 초한시대 하해전투에서의 사면초가(四面楚歌), 사자성어로는 진퇴양난(進退兩難)이라 할까? 스킬라와 카리브디스는 그리스 신화 속 바닷가에 사는 암놈 괴물들이다. 목마를 이용해 트로이를 점령한 전쟁 영웅 오디세우스는 전쟁을 끝낸 뒤 키르케가 알려준 길을 따라 귀향에 오른다.

그는 첫 번째 난(難)코스, 세이렌의 유혹을 뿌리쳐 탄탄대로라 생각하고 보람차게 좁은 해협에 다다른다. 헌데 웬걸. 갑자기 앞이 캄캄해졌다.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때문이었다.

머리가 여섯 개에 목은 뱀처럼 길고, 머리마다 날카로운 이빨이 3줄로 나 있고, 허리에는 짖어대는 개의 머리들이 돌려 있는 스킬라가 호시탐탐 목숨을 노리고 있었다.

건너편 기슭에는 하루에 3번씩 물을 삼켰다가 뱉어내는 카리브디스라는 '소용돌이'가 무화과나무 아래 숨어서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나는 배를 한 입에 넣어 다시 뱉어버려 치명타를 입혔다. 어느 무적함대라도 해협을 지날 수 없었다.

스킬라를 피하면 카리브디스가, 카리브디스를 피하면 스킬라가 도사리고 있었다. 그는 앞뒤 어느 쪽으로도 움직일 수 없었다. 죽음 문턱에 한 쪽 발을 딛고 있는 상황이었다. 죽음을 각오하고서라도 귀향 운명이었던 그는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스킬라를 택한다.

필사의 싸움이 벌어졌다. 결과는 뻔했다. 스킬라의 승리였다. 허나 그는 부하 6명만을 스킬라에게 먹이로 내어주고 해협을 천신만고 끝에 통과했다. 생로병사의 과정에서 우린 늘 선택의 기로에 선다. 두 갈래 길도 있고, 세 갈래 길도 있다. 문제는 헛된 욕심(虛慾). 이것이 늘 인생을 그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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