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김인식 대전시의장 - 문창기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문 “원만한 원구성 높게 평가” 김 “다선·연장자등 기본 충실”
문 “의회 파행막을 장치 필요” 김 “제도적 수단 고민해 볼것”

▲ 김인식 대전시의회 의장(오른쪽)과 대전지역 대표적 시민단체인 참여자치시민연대 문창기 사무처장이 시의회에서 만나 대전시장과 의회의 관계 등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정재훈 기자

대전시민의 의견을 대변하는 대전시의회의 수장, 그리고 정치권과 사회 전반에 시민의 뜻을 전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실무자. 김인식 대전시의회 의장과 대전지역 대표적인 시민사회단체인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의 살림을 이끌어가고 있는 문창기 사무처장이 지난 17일 시의회에서 만났다.

같은 듯 다른, 또 다른 듯 같은 이들이 만나 나누는 대화는 팽팽한 '밀당(밀고 당기기)'이 오갔지만 진솔하고 솔직했다. 서로 훈훈한 덕담을 나누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도 날카로운 질문과 심도있는 응답이 오가는 묘한 긴장감이 함께 했다.

이들 모두 건강한 대전, 투명한 대전, 상식이 통하는 대전을 만들겠다는 공통분모 속에서 새롭게 출발한 제7대 대전시의회가 더욱 모범적이고 실질적인 생활정치를 펼쳐나가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문창기 사무처장(이하 문 처장) = 대전시의회 사상 첫 여성의장이 되셨다. 여성의 섬세한 리더십을 발휘하시면서 대전시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본연의 역할을 부탁드린다.

김인식 의장(이하 김 의장) = 저에게는 최초라는 단어가 많이 붙어 있다. 대전시의회 사상 비례대표에서 선출직으로 당선된 것도 최초이고, 여성의원으로서 내리 3선에 성공한 것도 최초다. 여기에 여성 의장도 최초다. 솔직히 기쁨과 영광도 있지만 그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다.

문 처장 = 7대 대전시의회 전반기 원 구성에선 '감투싸움'이 없었다. 시민단체 입장에선 높이 평가하고 싶다. 김 의장의 역할이 컸던 것 같다.

다만 아직도 기초의회에선 원 구성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어 걱정이다. 그동안의 원 구성 사례를 보면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자리 등을 놓고 의원 개개인의 욕심에 자당과 상대당을 가리지 않고 표를 매수하는 등의 그릇된 행태로 원 구성이 파행을 겪어왔다. 이번 기회에 제안을 해 본다면 상임위원장 직을 두고 거래를 못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 등이 필요하다.

원 구성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근거를 의장께서 만들어보시는 건 어떨까 생각한다. 예컨대 상임위원장을 해당 상임위에서 선출하고 본회의에 보고하도록 하는 방식이거나, 각 정당 별로 원내대표를 두는 방식 같은 것 말이다. 그런 것들을 제도화해 대화 창구를 만든다면 원 구성 자체도 매끄러울 것 같고, 파행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김 의장 = 좋은 여러 안을 주셨다. 개선방안을 고민해보겠다. 제도적으로 어떤 장치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까지 못했는데 적극적으로 추진해야겠다. 사실 상임위원장, 의장, 부의장 같은 자리는 더 크게 봉사하라는 자리다.

그런데 그 '자리'에 연연해서 여야 편가르기가 일어나는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저는 국회의 선례인 다선의 원칙, 연장자, 지역안배, 여야 안배 등 같은 균형감 있는, 기본에 충실한 원 구성을 한다고 하면 (시민들로부터) 얼마든지 박수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여야 원내대표 제도는 현재 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에는 시의원 협의체가 있는데 제가 그 협의체 회장을 맡고 있다. 새누리당은 김경시 의원이 원내대표 역할을 하고 있어 서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문 처장 = 이 문제는 짚고 가야겠다. 대전시의회 뿐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그동안 시장과 의회 다수당이 같은 당으로 구성되면서 죄송한 표현이지만 의회가 시장의 '거수기'라는 평가가 많았다. 지방자치의 현실을 보면 '강한 시장, 약한 의회' 개념이 고착되는 듯 하다.

또 이런 현실을 의원들 스스로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도 안 보인다. 7대 대전시의회의 다수당과 민선 6기 시장 역시 같은 당이다. 의장께선 대전시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 의장은 문 처장이 ‘거수기’라는 표현을 할 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답변에는 어느 질문 보다 강한 어조를 실었다.)

김 의장 = 의회 본연의 기능이 뭔가. 집행부(대전시)를 잘 견제하고 감시해서 행정 시행착오를 막자는 것, 그리고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는 게 의회 본연의 기능이라고 본다.

물론 지역민의 우려를 전혀 이해 못하거나 모르는 바는 아니다. 같은 당 소속이라고 해서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감시 못하고, 의회 본연의 역할을 못하면 집행부는 부패하고 부조리하거나, 독선으로 갈 수 있다.

그래서 집행기관이 일방적으로 시민 동의 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다거나 하면 소속정당이나 정파 떠나 강하고 철저하게 견제하고 감시해 나갈 계획이다. 지켜 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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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담하며 웃고 있는 김인식 의장(오른쪽)과 문창기 사무처장.

문 처장 = 권선택 대전시장의 공약 가운데 대전시 산하 공기업 사장 임명에 있어 시의회와 함께 청문회 시스템을 제도적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있다. 이게 대전도시공사 사장 임기가 끝나는 8월부터는 도입이 돼야 할 텐데 과연 가능할 지 의문이다. 개원한 지 1개월만에 이런 시스템 만들어서 적용할 수 있을지도 그렇고, 올해 4~5명의 기관장 임기가 끝날텐데 이번에 안 되면 사실상 임기 2년은 그냥 지나가게 된다.

김 의장 = 지방공기업 경영합리화와 시 재정건전성 향상을 위해 인사청문회가 매우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방공기업법 등 상위 근거 규정이 없어 시장 공약처럼 시의회가 청문회를 하기에는 난해한 점이 많은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 시장은 전향적으로 인사청문회 도입을 공약했고, 시의회도 못 할 이유가 없다. 꼭 인사청문회 형식이 아니더라도 의회 차원에서 해당 인사의 전문성이나 역량, 업무수행능력에 대해 검증을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운영방식과 절차는 시와 협의해 나가야겠지만 시의회의 검증 절차는 꼭 밟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빠른 시일 내에 의원 간담회를 열고 이 부분에 대해 신속하게 협의하고자 한다.

(대전시는 김 의장과 문 처장의 대담이 진행된 이후인 21일 시의회가 주관해 대전시 공사 공단 사장을 대상으로 경영 능력을 검증한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밝혔다.)

김 의장 = 의회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의회 연구모임 활성화는 물론이고 전문위원실에 고위공무원 배치 등의 문제가 해결돼야한다고 생각해서 시장에게 요구를 해 둔 상황이다.

사실 이번 7대 대전시의회에는 IT 전문가부터 보육전문가, 기업인, 약사까지 분야별 전문가가 포진돼 있다. 제가 시장과 교육감에게 자신있게 '정신 바짝 차리셔야 될 겁니다'라고 말씀드린 것도 다 이런 자신감에서 나온거다.

다만 의원들의 역할과 기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입법정책실이나 전문위원실을 확대한다거나 정책보좌관을 둘 수 있도록 하는 제도변화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문 처장 = 전문성 강화를 목표로 광역의회에서 유급보좌관제 도입을 시도했다가 제도적 한계로 좌절된 바 있다. 광역의회 유급보좌관제는 현실적으로 법적인 한계가 있어 어려울 뿐 더러 과연 현재 국회의원들이 이를 허락해줄 것인지도 고려해보면 사실상 도입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김 의장 = 지방정치라는 게 주민들과 가장 밀착된 생활정치 아닌가. 국회의원처럼 보좌관이 있어서 따로 업무보조가 되는 것도 아니고, 사실 시의원들은 현장에 가서 시민 만나고 의견수렴도 하고 대화도 하고, 안에서는 전문성 갖고 주민 요구에 생산적 의정 위해 여러 정책제안을 해야 한다. 혼자 부담하기에 너무 벅차다. 저도 행정사무감사 당시 지역 주민 의견수렴부터 자료 수집·정리, 의정활동까지 하느라 바쁘게 운전하고 다니다가 교통사고가 난 적도 2번이나 있다. 저 뿐 아니라 시민을 위한 의정활동을 위해서는 전문적인 입법보좌관 제도가 절실하다.

문 처장 = 입법보좌관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민단체들이 우려하는 것은 보좌관이 의원들의 개인 비서로 전락하는 등의 부작용이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정도로 의원 개개인의 역량을 우선 높여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입법보좌관의 대안으로 시의회 입법정책실 인력이나 기능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게 시의원의 역량이 커지고 실생활에 도움이 된다면 주민들로부터 보좌관제의 도입도 동의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 의장 = 제가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약속드릴 수 있는 것은 '기본을 지키겠다'는 소신을 갖고 시의회를 이끌겠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나 중앙정치나, 발전하려면 기본이 바로서야 한다. 뻔한 얘기로 들으실 수 있겠지만 낮은 자세로 바른 의정, 주민을 섬기는 의정활동을 해 나갈 때 모든 시민의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기본이 바로서고 안전한 대전, 시민이 행복한 대전 발전을 위해서 섬기는 의정, 생산적 의정활동 펼치겠다. 시의회가 잘못하는 것은 따끔하게 질책해 주시고 잘하면 진심으로 칭찬해주시길 부탁드린다.

문 처장 = 저는 마을단위의 자치까지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제일 안타까운 게 지방자치가 더 깊이 확산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민으로부터 불신 받는 지방자치의 현실이 안타깝고 우려스러운 거다. 의장께서 말씀하신대로 기본을 통해 우리 주민에게 신뢰받는 대전시의회, 지방자치 되도록 노력하시리라 믿는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도 시민을 위한 제도가 확립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

김 의장 = 가끔 격의 없이 만나 소주잔을 기울이며 잔소리를 좀 해 달라.

정리=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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